누군가는 말했다. 사업을 해야 금전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은 어떻게 할까? 아니, 어떻게 하면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이야기하며,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가치를 돈으로서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있다. 단순히 누가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 직접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창조하여 제공하며 대가를 받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책을 찾아보며 그 방법을 알아내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하나. 사업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어낸 사람들은, 그 방법을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이라는 책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손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자카야에서 찾은, 모든 손님의 욕망
작가 우노 다카시는 일본식 술집 '이자카야'를 여럿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리고 그가 성공시킨 이자카야는 일본 전체에 수백 개가 넘는다. 일본 내에서는 이자카야의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이자카야의 운영과 접객에 대한 작가의 실력은 의심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이자카야를 운영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나는 사람들이 가볍게 들어와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아갈 수 있는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책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의외의 점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작가의 표현을 내가 해석하자면, 이자카야는 Need(필요)가 아니라 Want(욕구)에 의해 오는 곳이다. 배가 고파서 오는 것보다도,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즐기고자 오는 곳이다. 그리고 이건 SNS나 커뮤니티 등의 웹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작가가 책에 담은 이자카야 손님들의 Want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론들은 내가 구상하는 웹서비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즐거워야 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바로 어떻게든 손님을 '즐겁게' 하라는 것이었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가장 저렴한 것은 만들기 어렵지만, 가장 재밌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카야가 항상 자극해야 하는 손님의 Want, 그 중심에는 '즐거움'이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즐거움은 어떻게 줄까? 먼저, 단순히 재치 있는 모습으로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재밌는 메뉴 이름, 이상한 모양의 간판, 예상 밖의 장식이나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손님이 절대 어떤 것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손님의 시점에서 생각하고 피드백하는 것 역시 즐거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중요하다. 이 정도는 웹사이트 쪽에도 어렵지 않게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작가가 가장 중요시한 즐거움은 바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관계로서의 즐거움을 위해 작가가 제시한 방법론은, 가능하다면 손님의 이름을 외워서 부르는 것, 주문을 받을 때는 주문 자체보다는 응대에 집중할 것, 다음에 방문할 때 기억해주는 것 등등이 있었다. 아예 없는 메뉴를 주거나 손님의 상태에 맞는 작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작은 센스로 큰 감동을 주는 방법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최대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서, 손님과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메뉴가 거의 매진일 때 주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킨 뒤 진 사람들에게는 소주를 한 잔씩 주는 방법, 서비스를 줄 때도 직접 눈 앞에서 주면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방법, 식재료를 고향에서 준비했다며 말을 트는 방법, 등등. 이런 방법은 책의 전반에 잔뜩 녹아있었다.
나는 작가가 '관계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놀랐다. 작가가 이렇게 중요하게 여길 정도면,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주로 관계와 소통에서 오고, 그것이 Want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게 놀라웠던 이유는, 내가 만들고 싶은 '웹서비스'가 이런 관계와 소통을 만들기에 가장 최적인 요소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무한한 접근성과 연결성은 관계와 소통을 만들기에 최적이지만, 그 사이에서 전달되는 정보가 단순히 이미지나 텍스트 정도로 제한되는 것은 깊은 관계와 소통을 만들기 어렵게 한다. 그럼 이런 한계를 극복하거나 이용하는 웹서비스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아이템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무조건 팔리는 법
작가는 이자카야가 무조건 팔리는 곳이라고 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세 번은 밥을 먹는데, 내가 운영하는 가게로 한 명도 오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이 작가의 논리이다. 웹서비스도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사람들이 하루에 평균 4시간씩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데, 내 웹서비스를 한 명도 사용하지 않을 리는 없다.
하지만 가게로 왔던 사람들이 다시 오지 않을 때 그 가게는 망한다. 따라서 작가는 내 가게를 사람들이 알아주도록 전단지나 광고를 준비하는 것보다, 가게에 방문한 사람들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지인을 데려올 수 있도록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작가의 말을 해석해보면 웹서비스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광고를 사는 것보다, 재밌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SNS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와 함께, 작가는 '레드오션'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경쟁자들을 이기는 방법으로, 작가는 나의 가게가 옆 가게들보다 무조건 나은 사소한 포인트를 만들 것을 조언한다. 메뉴의 제공 속도가 가장 빠르거나, 접객이 가장 친절하거나, 음료의 종류가 가장 부족함 없거나, 등등. 그리고 그런 사소한 1등이 점차 많아지면 반드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조언이다
특히 작가는 대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거대한 방침이나 공급망을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작은 가게처럼 쉽게 변화할 수 없다. 이를 작가는 작은 가게만의 '기민한 기동력'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새로운 메뉴나 이벤트, 진심이 담긴 새로운 서비스 등을,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시도하며 적용하면 대기업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특히 공격적인 '모방'을 중요시한다. 내 가게에 주로 오는 수요층이 있다면, 그 수요층이 주로 가는 다른 식당이나 가게 등을 방문해보아야 한다. 그곳에는 그 수요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대기업의 아이디어가 잔뜩 널려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가게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해서 따라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도 강한 무기가 된다.
이 방법은 웹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오히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비슷한 웹사이트들을 먼저 분석해서, 그들의 장점을 모방하되 더 편리하거나 예쁜 디자인과 함께 제공한다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 작은 웹사이트는 작은 가게처럼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기민한 기동력을 가질 수 있다. 하나의 웹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면, 이런 방법론을 반복해서 그 서비스의 고객을 늘려가며 수익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
작가가 제시한 방법론들은 위의 것들처럼 대부분 추상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지 않으면 직접 적용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꽤 현실적인 방법론도 몇 가지 제시한다.
먼저 작가는 가게를 처음 열었다면,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다도 최대한 손님과 수익을 얻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가게가 아닌, 그 가게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서의 가게"를 만들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망할 수 있으니, 일단 가게를 번창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작가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가장 현실척인 조언이었다.
작가는 또한 '간판 메뉴'를 만들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지친 고객들이 많은 불황기나 늦은 밤에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메뉴 고르기조차 힘들어하기 때문에,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익숙한 메뉴를 돋보이게 하라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재료나 남는 메뉴 등, 작가는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메뉴는 반드시 팔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님이 들어올 때부터 그 메뉴를 여러 번 언급하는 것이다. 손글씨 메뉴판 같은 걸 매일 바꿔가며, 팔아야 하는 메뉴에는 오늘의 신선도 등을 적어 돋보이게 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작가는 수익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객단가'를 언급한다. 이자카야의 특성상 시간당 손님 수인 회전율을 높이는 것은 어려우니, 한 손님이 가게에서 소비하는 금액인 객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단순했다. 손님 대부분이 살 것 같은 메뉴를 만들어 파는 것. 작가는 주로 저렴한 가격의 디저트를 이용했다. 가격도 저렴하니 손님도 쉽게 살 수 있고, 종업원들도 손님에게 권유하기 쉬우며, 결과적으로 객단가가 유의미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방법들도 웹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처음에는 작가의 조언대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특히 사람들이 쉽게 좋아할 컨텐츠나 자주 찾게 만들려는 서비스를 메인 화면에 재미있는 디자인과 함께 제공한다면, 이용자 역시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객단가'를 올리는 개념은 웹사이트에서는 모호할 수 있지만, 사이트 체류 시간을 늘린다고 생각하면, 컨텐츠 등을 다 소비했을 때 다른 작은 컨텐츠를 이어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 같은 경로에서 먹힐 것이다.
그런 방법 중에서는, 웹사이트에서 쓸 수 없을 것 같은 방법도 있었다. 작가는 아예 가게를 외진 곳에 두면 여러 장점이 생긴다고 했는데, 저렴한 월세 외에도 손님들이 멀리 걸어오면서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 웹사이트는 로딩 시간이 길어진다면 불쾌감을 키우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 걸어오는 길은 누구와 함께하고 있거나 주변의 환경이 변하는 등 지루함을 덜어줄 대상이 많지만, 웹사이트의 로딩은 보고 있는 화면이 변하지 않으니 지루함을 계속 직면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나마 웹서비스에서 로딩 시간을 이용해서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를 내고 싶다면, 컨텐츠를 반드시 화면 밖의 것에서 찾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옆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컨텐츠, 아니면 주변을 둘려보도록 하는 컨텐츠 등을 로딩 화면이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상상이나 기억 회상을 유도하는 글도 좋을 것이다. 아예 '건강에 좋은 스트레칭: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어 보세요' 같은 글을 띄우는 방법도 있겠다.
장사의 신
내용을 이렇게 정리해보면, 작가는 이자카야를 키우는 중요한 방법론을 몇 가지 이야기했고, 그 방법론은 내가 생각하는 웹서비스 스타트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이 글에서 결국 Want 기반의 수요를 가지는 사업이라면 반드시 신경써야 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망각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잘 제시해준 것 같다.
그 포인트 몇 가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손님이 반드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 가게를 광고하는 것보다도 이미 왔던 손님들이 새로운 손님들과 함께 다시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손님들이 좋아할 서비스와 아이템을 항상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며 바로바로 적용해볼 것. 특히 손님과의 소통과 관계에 집중하고, 다른 가게들보다 더 나은 점을 늘려가는 것, 가성비나 회전율보다는 서비스와 객단가에 집중하는 것 등, 구체적인 지침 역시 많았다.
책의 구조는 작가가 이전에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둔 형태였던 만큼, 작가의 여러 아이디어와 포인트가 여러 이야기 사이에 흡어져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고자 이렇게 글로 정리하며 해석해보았다. 그 결과 자영업과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럿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사업을 위해 한 번 읽을 책이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번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깊이 있는 내용과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있고, 공명의 주머니처럼 어려울 때마다 필요한 조언이 되어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자카야의 이야기를 통해서 웹서비스 등 다른 수많은 사업을 키우는 기본적인 방법론을 여러 가지 이야기했다. 장사의 신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아니, 장사를 하면서 계속 읽어라. 그럼 파는 방법이 보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한 번 웹서비스를 팔아보고자 한다.
'Review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웰씽킹 (13) | 2024.09.01 |
---|---|
[독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0) | 2024.08.24 |
[독서]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 도널드 R. 프로세로 (3) | 2023.01.27 |
[독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로버트 기요사키 (0) | 2022.08.05 |
[독서] 세계미래보고서 2022 - 박영숙, 제롬 글렌 (0) | 2022.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