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1. ~ 2022.11.22.
이 글은 필자가 2022년, 대학교 1학년 때 작성한 글입니다.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번 책의 제목은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이다. 책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 기준에서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25가지 화석을 소개하며, 그 화석이 가지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발견 과정, 그리고 학계가 이를 화석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생명의 초기 진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 책에 흥미가 생겨서 이렇게 읽어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솔직히 책 내용은 대부분, 그러니까 화석 25개 중 18개가 척추동물에 관련되어있었다. 사실 나는 척추동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고, 내용도 전체적으로 흥미가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화석들을 제외한 7개의 화석만 다뤄보고자 한다.
확실한 것은, 전체적으로 고고학이 단순히 화석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생물이라고 생각한 구조는 다른 광물의 형성 등에 의해 나타나는 구조일 수도 있고, 이렇게 생긴 생물이 실존했을 것이라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보통 다세포 생물체, 특히 골격을 가진 경우라면 그 부자연스러운 모양만으로 화석임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겠지만, 극초기의 원핵생물, 단세포생물들의 화석을 발견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극도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나타난 멋진 예시가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되기 전까지, 그리고 심지어 화석 상태로 발견되고 나서도 다른 유사-화석들처럼 이것이 지질학적 과정으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유기적 활동으로 생긴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실제 미생물의 화석으로 인정받은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 이유가 바로 아직도 지구상 일부 지역에서 비슷한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왜 스트로마톨라이트만이 화석으로 남아있는지를 알아낸 방법이 바로 이미 야생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화석의 생명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고, 그걸 이용해 연구한 결과가 납득 가능하다는 점도 신기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세균이 해안가에서 분비한 섬유성 분비물 사이에 파도에 의한 퇴적물이 쌓이며 형성되고, 그렇게 구조가 원통형으로 위로 자라나면서 형성된다고 한다. 게다가 남세균이 그렇게 큰 개체군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지금의 개체군들이 그러한 것처럼, 다른 섭식자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염도가 높은 해안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다음으로 확실한 것은, 화석으로 발견되는 생물도 분류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분류학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친구가 말하기를, 너무 분류가 겉모습으로만 대충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이 친구는 균류의 분류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생물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단 분류가 되어있어야 하며, 특히 화석 같은 경우는 이 때문에 상당히 무리한 분류군(일명 잡동사니 분류군)이 생성되곤 한다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발견이 그러했다고 한다. 에디아카라 생물군 화석들은 가장 오래된, 다세포로 되어있어 크기가 큰 생물군이라고 한다. 발견된 화석은 잎과 잎자루처럼 생겨 바닥에 매달려있을 것 같이 생긴 것, 해파리를 닮은 것, 그리고 바닥을 기어다녔을 것 같은 벌레를 닮은 것이 있으며, 당연하지만 아직 하나같이 껍데기 등의 구조는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반대로 보면 껍데기가 없어도 이렇게 많이 남아있을 수 있는, 직접적인 포식 동물이 아직 없었던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생물들이 자포동물이었는지, 일단 동물이기는 했는지 아니면 식물계나 균계, 갈조류와 연관이 있었는지도 모르며, 넓은 표면적을 가지기 위해 주름진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이고, 어쩌면 광합성 미생물과 공생을 해왔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세포라는 점과 그 형태, 그리고 자포동물과 같이 물로 가득 찬 말랑말랑한 구조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점 외에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일부는 동물계와 연관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오래된 화석에서 스테로이드 같은 분자적 근거를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생물의 진화 단계를 최대한 연속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석이 좋은 화석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에디아카라 시절, 즉 선캄브리아기의 이상한 다세포 생물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분류군에 끼워넣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 부분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풀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두근거리는 일이 있을까? 비록 내가 생각하는 전공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지라도, 한 번 관련 내용을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반대로 생물의 진화 단계를 설명할 수 있는 화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캄브리아기 대폭발 즈음이 맞다고 한다(물론 대폭발이라고 하기에는 그 연대가 너무 길어, 일종의 도화선일 것이라는 작가의 설명이 있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생물이 ‘껍데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화석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고대 연대를 나누는 단위는 딱히 정해진 것이 아니고, 발견되는 지층, 특히 그 안에 있는 화석의 종류 등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한다.
캄브리아기 화석으로 유명한 것은 몸 전체가 껍데기로 쌓여있는 삼엽충이지만, 그보다도 그 껍데기가 생기기 시작한 단계 역시 발견된 바 있다고 한다. 초기의 골격은 마치 해면의 골편 정도만이 존재했을 정도로 매우 작았고, 아마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서 주로 인산칼슘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발견된 여러 작은 골격들이 어느 생물에서 유래했는지는 아직 유추 단계에만 머무르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그 ‘껍데기’를 만드는 형질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점차 여러 종류의 삼엽충이 나타났다. 삼엽충은 전체적으로 온몸을 두르는 방해석(탄산칼슘) 재질의 껍질을 가지고, 체절을 가지는 절지동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며, 화석으로 잘 남아있으면서 그 개체군도 많았던 것을 보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화한 동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엽충 개체군 자체에서도 그 구조에 선택압이 작용하여 진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초기에는 단순했던 그 형태가 이후 앵무조개 등의 포식자에 의해, 몸을 말거나 굴을 파는 등의 방어 행동에 유리한 형태로 여러 갈래로 갈라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화석으로 보는 생물의 진화 역사도 그 인과관계가 매우 흥미롭다. 삼엽충 자체만으로도 진화 관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더 그렇다.
여기서 삼엽충에서 눈을 돌려, 우리 동물계를 바라보면 더 흥미로운 점이 떠오른다. 그럼 삼엽충은 절지동물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동물문이었을까? 지금 존재하는 30여 개의 동물문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그 시작은 무엇일까? 솔직히 삼엽충과 같이 갑판이 단단한 동물이 많았고, 포식자가 많았던 시절에, 화석으로 남지 않는 껍데기가 없는 종류의 동물이 멸종하지 않고 진화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물론 캄브리아기 당시에 가장 성공적으로 퍼진 동물이 삼엽충이라 하더라도, 다른 형태의 생물 화석 역시 발견된 바가 있다고 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사실 그 생물들은 체절을 가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주 어지럽게 생겨서(무려 눈이 다섯 개인 연체동물???) 어떻게 분류를 할 수 있을지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다.
동물계는 크게 다섯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대칭이 없는 해면동물로, 상당히 초기에 진화한, 나머지 모든 동물계의 자매군으로 알려져있다. 하나는 위수강을 가지는 단순한 자포동물과 이와 유사한 극초기의 동물들이고, 이 역시 상당히 초기에 진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나머지 세 분류군인데, 하나는 연체동물을 포함하는 촉수담륜동물, 하나는 절지동물을 포함하는 탈피동물, 하나는 척추동물을 포함하는 후구동물이다. 이 책에서는 이들 동물의 아주 대략적인 분리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실은 연체동물, 절지동물, 척삭동물만을 다루고 있지만, 생물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세 동물문이 전체적인 진화에 얼마나 큰 시각을 가지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먼저 절지동물의 경우, 등짝의 가시로 유명한 할루키게니아 등이 포함된 그룹에서 갈라져 나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어쩌면 이미 갈라진 뒤의 화석일 수도 있다). 범절지동물로 따로 알려진 이 그룹은 체절마다 달린 발 끝에 발톱이 있는 등 공통 형질을 가지고 있고, 절지동물 외에도 완족동물과 유조동물이 포함되며, 바로 위에 설명한 화석의 그룹에서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적어도 이렇게 탈피동물의 진화 단계는 설명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연체동물의 경우, 모두 외투막 층과 이곳에서 분비되는 광물성 껍데기를 가진다. 이에 따라서 초기의 연체동물은 가장 단순한 단판의 껍질을 가지고, 초기의 연한 동물들이 그러했듯이 체절성을 점차 잃어가는 형태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흥미롭게도, 이러한 가설이 정립되는 증거가 화석에서도 어느 정도 모호하게 나타났지만, 그보다도 해저에서 실제 그러한 형태를 가지고 특성을 모두 보유한, ‘살아있는 화석’이 발견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다만 탈피동물과 촉수담륜동물이 전체적으로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갈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물론 그런 화석이나 가설이 정확히 설립되어있었다면 이미 여기서도 설명하고 있었을 것 같지만, 책에 내용이 없는 것을 보면 아직은 그런 발견이 없는 것 같다. 관련 내용이 나타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반대로 척삭동물에 대해서는 이러한 설명이 비교적 잘 되어있는 편이다. 초기의 척삭동물은 고착성 섭식동물이었을 것이라고 하며, 그렇다면 이에 따라 대부분이 체절이라는 특징을 가지는 선구동물과는 기원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물론 혹스 유전자 자체는 선구와 후구동물이 갈라지기 전의 공통 조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 같다). 그리고 반삭동물과 공유하는 형질로 아가미(인두열)를 이용한 여과섭식의 특징을 가지고, 이후 유영을 할 수 있는 유생의 형태에서 점차 무악어류 형태로 진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척추동물의 시작이 고착성 섭식동물일 수 있다니, 상상도 못 해본 결과가 아닐까. 선구동물과의 기원이 이렇게까지 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납득이 가는 결과이다. 그 뒤로는 책에서 나타난 대로, 척추동물은 한동안 연골로 이루어진 골격을 가지다 이후 인산칼슘 내골격과 턱이 진화했고, 이후는 잘 알려진 경로로 지금의 척추동물이 만들어졌으며, 그 중간중간의 단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진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추가로 식물의 진화에 대한 내용도 조금 있었는데, 쉽게 생각해서 비종자관다발식물이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지금의 이끼가 그렇듯이 잎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적어도 그러한 화석이 발견되었다). 줄기는 정확히 절반으로 갈라지고, 그 끝에 포자낭이 생기는 형태 역시 상당히 원시적이다. 게다가 잎이 없으니 전초의 표면에서 광합성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한다. 이후 소엽이, 그리고 대엽이 진화하면서 식물은 점차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뿌리, 종자 등의 진화 역시 의미 있게 나타났을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 뒤의 모든 내용을 척추동물들, 특히 포유류 등에 대해서만 깊게 다루는 편이다.
확실히 화석으로 알아내는 생물의 진화를 보면, 그 인과관계가 아름답게 맞물리는 부분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진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진화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고, 그래서 더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은 인류와 포유류 등의 진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어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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