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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Note/Biology

까마중의 적정 춘화처리 방법 연구노트 #8(완)

 

Stratification 4주차까지의 결과

문제는 여기 있다. Stratification을 4주나 진행했는데, 아직도 10% 미만의 발아율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Stratification 6주차에 5-90% 정도의 발아율이 나타난다는데, 4주차에 10% 미만은 기간 부족만의 이유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연구 진행 중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가진 종자는 두 가지 표현형을 가진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해 조금 크다.
조금 큰 종자를 추적해보니, 그렇지 않은 종자는 지금까지 단 하나 외에는 발아하지 않은 반면, 이 큰 종자는 4주차에서는 모두 발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Stratification 4주차, 각 발아 환경 0시간/120시간 후. '조금 큰 종자'에 푸른 동그라미.

따라서, 조금 큰 종자는 다 익은 종자인 반면, 나머지 종자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종자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종자를 수확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15개의 열매 중 하나는 정말 살아있는 개체에서 다 익은 열매였고, 나머지 14개의 열매는 벌초를 반쯤 당한, 죽어가는 개체에서 얻었다. 즉, 이 14개의 열매는 대부분 다 안 익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열매의 크기는 모두 같고, 종자 수도 비슷했다. 대충 30개 중 2개의 종자가 살짝 큰 표현형을 보이는 것을 보아, 제대로 익은 열매는 단 하나였던 것이 맞을 것이다.

꼭지가 갈색으로 익었다고 판단하고 수확했던 까마중 열매. 사실 제대로 된 갈색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혹은 단순히 벌초되어 잘린 가지가 물을 전달하지 못해 갈색이 된 걸수도 있다.
열매 내의 종자의 모양.

제대로 다 익은 열매는 말린 상태로 일주일 보관된 바 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열매의 특정 물질이나 무언가가 종자로 들어가서 크기가 조금 더 커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는 말리기 전의 잘 익은 열매를 열어보고 비교하여 알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말렸기' 때문에 발아율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일반적으로 '새'나 '소동물'에게 먹혀 퍼지는 전략을 가지는 베리류 열매가 가질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조금 큰 종자는 까마중 색상으로 조금 더 물들어있다. 따라서 실제로 조금 큰 종자가 유일하게 잘 익은 열매로부터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나도 실험 과정에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인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열매들을 각기 다른 시간에 땄다면 일단 종자를 얻고 말려 보관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까마중 종자의 크기로 다 익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명이 되기도 한다. 이는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만한 내용이 될 것이다.

말린 까마중 종자. 살짝 보랏빛을 띄는 종자가 바로 '조금 큰 종자'이다. 실제로 크기가 조금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의 데이터를 다시 보았을 때, 조금 큰 표현형의 종자에 대해서 Stratification은 4주로 충분할 것이다. 더 작은 종자는 아마 덜 익었으므로 Stratification과 관계없이 발아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Stratification 기간 연장 실험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5주간의 연구를 통해 야생에서 추출한 까마중 종자를 키워내는 방법, 그리고 키울 수 있는 종자를 구분하는 방법을 유의미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학글쓰기 과제였으며, 아래는 제출한 포스터의 모습이다.

완성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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