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3 ~ 2020.06.15
이 글은 필자가 202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성한 글로, 글의 진행이 서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
이번에 읽은 책은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슈뢰딩거의 상자’로 유명한 그 슈뢰딩거가 맞다. 물론 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에르빈 슈뢰딩거는 ‘슈뢰딩거 방정식’ 등을 이용해 파동역학 분야를 발전시킨 노벨상 수상자이자 양자역학 연구자이다.
따라서 놀랍게도 이 책은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생명과학’에 대해 다룬 책이며, 그 내용 역시 상당 부분이 물리학을, 특히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주제는 크게 생명과 유전 물질에 대한 물리학적 추측, 그리고 추가적으로 들어간 철학적인 느낌의, 우리의 의식과 자유의지에 대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 책들은 많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그 유명한 슈뢰딩거가 적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준 영향이다. 슈뢰딩거가 이 책을 쓴 것은 1944년이다. 책에서는 유전 물질의 존재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무려 이때는 아직 DNA의 존재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왓슨과 크릭이 DNA를 발견하게 되는 것에, 그 둘에게 모두 영향을 주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던 중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노벨상까지 수상한 전설적인 그 과학자들이 읽은 책과 같은 책을 내가 읽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었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언어는 달랐겠지만 그들도 슈뢰딩거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표현에 나처럼 놀랐을까? 물론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놀랐을지도, 당연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어쩌면 책 뒤에 나오는 내용처럼 언급되지 않은 내용과 옳지 않은 용어의 사용 등에 한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웠고 짜릿했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주로 생명과 유전 물질에 대한 물리학적 관점에서의 아이디어와 추측이다. 특히 양자역학적인 작은 진동과 같은 변화에 대한 유지를 위해 생명체는 어느 정도 이상의 크기와 낮은 감도를 가지게 된다는 설명, 엔트로피와 엔탈피를 언급하며 생명이 유지하는 낮은 엔트로피 상황에 대한 의문과 수백 년 동안 변화하지 않는 유전물질의 결합 방식과 그 안정성에 대한 의문의 제시와 나름대로의 추측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몇 가지 미분방정식이나 직접적인 공식을 제외하면 모두 조금씩 알고 있는 내용이라 정성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그만큼 알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생명과학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표현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관심이 가득한 분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몇 십 개나 더 배워가는 기분이었고, 실제로 그랬다. 그 뒤에 나오는 ‘의식’, 자유의지에 대한 내용은 이러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지는 못했고, 그 때문인지 앞의 내용과는 연관이 크게 없다고 느껴졌다(실제로도 에필로그에 들어있었으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와 함께 나오는 과학에 대한 접근법, 환원주의와 연역적 접근법 등은 아예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접근법에서도 충돌이 있다는 점만이 놀라운 점이었다.
이 책에서 슈뢰딩거는 크게 물리 법칙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이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규칙에서 오는 규칙이다. 표현이 모호하지만,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단순하다. 책의 맨 앞부분에서의 설명과 같이, 기체 분자는 브라운 운동처럼 말 그대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분자의 운동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특히 양자역학에서 그렇듯이. 한 입자의 위치와 방향성을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 입자들이 모이면 하나의 규칙적인 현상을 보인다. 확산과 같은 특정한 현상도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이고, 전류가 흐르는 현상도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이며, 금속 결합의 힘의 크기도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깊게 따져보면 결국 모든 물질의 모든 상태와 힘 역시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일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통계적’인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통계물리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적어도 불규칙적인 이러한 변화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절대영도’ 말고는 없다. 여기서, 그렇기 때문에 상온에 존재하는 생물은 불규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크기를 가져야만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적어도 어느 정도 이상의 크기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규칙에서 오는 규칙은 무엇일까?
여기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로운 점을 하나 알려준다. 지금과는 반대로, 그 당시에는 위에서 말한 생명의 특징들, 특히 일반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몇 가지 현상들(낮은 엔트로피 환경의 유지, 유전물질의 보존과 같은 것들)에 대해 ‘생명력’이라는 새로운 기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우리들은 이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생각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운 과거까지 그런 개념이 존재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정말 많이 놀라웠다.
오히려 슈뢰딩거는 이 책을 작성함으로써 이러한 아이디어를 몇 겹 벗겨내는, 걷어내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위에 있는 (오)개념을 슈뢰딩거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조금은 해결해내었다. 일단 생명이 열역학 제2법칙을 무시하고 엔트로피를 낮게 유지하는 이유를, 슈뢰딩거는 생명이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양의 엔트로피’를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의 엔트로피라는 말이 굉장히 모호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를 쉽게 ‘질서도’, 무질서도의 역수라 하였으며, 더 쉽게 보아 ‘중합체’를 먹고 ‘단량체’를 배출한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실제로 맞는 말이지만, 나는 이를 ‘엔탈피’의 관점에서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설명하니 몇 년간 궁금했던, 왜 거의 모든 경우에서 중합체를 분해하여 단량체가 되었을 때 에너지가 방출되는지에 대한 해답을 들었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도 굉장히 큰 영향을 줄 만 한 새로운 관점이다!
또한, 유전자가 몇 백 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고체나 결정과 같은 결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광물 속의 결정의 연령’이나 ‘결정과 비결정의 차이’같은 경험적인 정보를 통해 추측했다. 이러한 결합에도 이름이 있었는데, ‘하이틀러-런던 결합’이라는 이 결합은 공유 결합이라는 이름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전자에 의한 모든 결합을 통칭하는 것인지, 양자역학적인 부분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결합이 가지는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높을 때(상온에서) 결합을 유지하는 정도가 커지기 때문에 유전자가 상온에서 몇 백 년 동안 그 정보를 유지했다고 표현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슈뢰딩거는 ‘돌연변이’의 존재를 이렇게 유전자의 정보를 저장하는 결합을 끊었을 때 이성질체가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에 대한 근거로 X-선 등의 방사선에 의한 돌연변이를 들었으며, 이런 식으로 높은 에너지 준위가 들어오면 이성질체에 의한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점은 정말 매우 신빙성이 있었다...! 지금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같은 이유로 X-선에 의해 뉴클레오타이드가 끊어진 후 복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보 손실에 의한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정말 그럴듯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면 돌연변이를 다시 돌리는 것도 X-선에 의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두 ‘이성질체’ 유전자 형태의 ‘에너지 준위 차이’ 혹은 ‘안정성’, 필요한 X-선의 양을 보면 그것이 비슷하기도, 많이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아주 일반적인 생각으로, 우연에 의해 아주 좁은 곳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당연히 훨씬 어렵지 않을까?
슈뢰딩거는 유전자에 대한 ‘비주기적’ 결정론이 이 책을 쓰게 된 유일한 계기라고 밝혔다. 그 당시 정확히 어떤 식의 토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모든 내용은 상당히 새롭고 놀라운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이 이 당시의 생명과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은 정말 굉장했다. 정말 진짜로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에도 부족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아도 몇 가지의 내용에 대해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 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이 책 뒤에서 다른 저자가 슈뢰딩거의 아이디어에 대해 현재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이 책이 미친 악영향과 부족한 점들을 설명해주는 부분은 정말 놀라웠다! 예를 들자면, 음의 엔트로피에 대한 아이디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며(모든 엔트로피는 0과 같거나 크고, 엔트로피가 0인 상황은 절대영도뿐이다), 이것은 몇몇 오용을 불러왔다고 한다. 또한, 유전자의 보존에 대해서만 설명한 반면, 유전자의 ‘복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과 함께 이 책이 발간된 뒤로 DNA가 예견되고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주었는데, 그러한 추론의 내용도 매우 흥미롭고 신기했다.
이렇게나 굉장한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방학 때 ‘생명의 수학’을 읽을 때 이 책에 대한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언젠가 책을 구매할 때 같이 구매하게 되었었는데, 사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이번 독서록도 내 감탄사의 한계를 느끼면서, 시험이 끝났으니 앞으로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더 많은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흥미로운, 어쩌면 이 독서 자체가 인생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될 만한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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