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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독서] 바이오해커가 온다 - 김훈기

바이오해커가 온다 - 김훈기

2021.01.11 ~ 2021.01.14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글로, 글의 진행이 서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바이오해커가 온다라는 책이다. 2020년에 서울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국 단위의 학생 생명과학 토론대회의 주제가 바로 바이오해커와 규제에 관한 내용이었고, 나는 이때 이 대회의 예선에 한 번 참여해볼까 했다가 배경 내용의 깊이가 매우 깊은데다 다른 일들이 겹쳐서 참가를 포기했었던 기억이 있다. 대신에 내용 자체를 알아보니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 대회의 공지에서 추천해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부자연의 선택(Unnatural Selection)’을 시청해보면서 함께 추천해준 도서인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막상 구매한 뒤로는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특별히 여유가 나지 않았으며, 그래서 이 책을 지금에 와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바이오해커에 관하여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리는 (진짜)보고서로, 그들의 존재 의의와 문제점, 그리고 이에 의한 사회의 변화 등을 소개한다.

바이오해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생명공학을 이용하는 새로운 사람들의 단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생명과학이나 공학에 대한 연구를 거대한 기업이나 학위를 가진 자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실 정도에서만 진행했고, 어떻게 보자면 그렇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공익성이 없는 연구는 상부에서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해서 아예 진행되기 어려웠다. 실제로도 최근의 연구들이 다 유행을 따라가는 성격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여기서 반대로 생명공학을 직접 이용하는 비전문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호기심이나 보람 또는 실제 수익성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그렇기 때문인지 그 연구 주제들을 보면 이전의 연구들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을 가지는 것이 보였다.

 

일단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일반인들이 무려 생명공학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도 이러한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들이 이전의 연구소들과 같은 방법들과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장비, 정보, 지적 능력, 그리고 자금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가장 먼저 장비의 경우, 생각해보면 실험실에 쓰이는 장비들의 가격은 엄청나다는 것 정도는 우리 모두가 안다. 비커 등의 단순한 기구부터 항온기, 전기영동 틀 등 모두 전문 업체가 독점하는데다 구매자들이 가격보다는 품질을 고려하기 때문에 가격이 보통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일반적 광학현미경은 몇 백 만원까지도 나간다. 오히려 이러한 거품 가득한 시장의 경우,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 모든 시스템들에 대한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바이오해커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고, 책에서도 이를 표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보면 동일한 기능을 DIY 등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많아봐야 1/10 수준 미만의 비용이 든다. 사실 맨 처음에 이를 보고 떠오른 것은 어쩌면 그런 실험용 도구들은 쓸데없이 비싼 것은 아닐까, 괜히 거품이 많이 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확실히 모든 연구소의 경우 연구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았다. 교사이신 부모님의 교내 결재 관련 내용을 몇 번 들어봤을 때도 느꼈지만, 이러한 형태의 시장도 확실히 흥미롭긴 하다. 지금의 해외에는 바이오해커들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있는 만큼, 장비의 재료나 아이디어를 저렴하게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정보의 경우는 지금의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접근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전에 NCBI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전자 정보를 몇 번 찾아봤을 때도 느꼈지만, 특히 DNA나 펩타이드 서열이라는 정형화된 정보의 경우는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오해커들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유전공학, 더 나아가 합성생물학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DNA 서열과 유전자 정보이다. 정보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책에서는 알려주었다.

정보에 대해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다음 주요 요소인 지적 능력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바이오해커들이 서로의 사고와 정보를 공유하는 상호 학습을 통해 얻는 지적 능력,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그와 함께 정보들의 처리에 대해서 나온 개념으로 생명 부품의 표준화가 있다. 공학의 입장에서는 모든 복잡한 회로를 최대한 단순화하여 빠르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생명체는 여기서 난잡한 진화를 통해 정말 복잡한 신호전달 및 반응 경로를 가지고 있고, 생명공학에서 이들 중 일부를 이용하기에는 복잡한 것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그 경로를 단순화하고, 그 요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공유하고 있다고 하며, 이를 생명 부품의 표준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게 정말 놀라운 점이 무엇이냐 하면, 내가 진짜로 생명과학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읽는 동안 정말 말 그대로 두근거렸다. 저 모든 것을 이렇게 단순화하여 해석할 수 있다면 이들을 이용하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게다가 공개된 데이터라니! 관심 분야에 대해서 꼭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명 부품표준화라는 개념 자체도 정말 새롭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자금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단체의 회비를 통한 것으로, 그 집단 내에서 연구 인프라를 구성하고 함께 사용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국가가 이러한 연구를 지원할 때 공개 실험실을 운영하는 방안 역시 존재한다고 하며, 솔직히 나는 그런 제도가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펀딩을 통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떠오르는 방식의 투자이지만 미국에서는 킥스타터 등의 사이트가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첫 번째 방법과 달리 두 번째 방법은 수요가 있는 연구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펀딩에 성공한 사례는 굉장히 많으며, 이를 잘 생각해보면 이전까지 기업이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들도 수요를 따라가지만 실제 사회의 수요를 전부 눈치 채지는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이 책은 다른 부분에서 능동적 소비자혹은 사용자의 참여 등의 개념을 제시하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현상이 최근에 점차 늘어나는 과정에서 바이오해커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알려주었다.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되게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네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바이오해커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이 책에서는 바이오해커가 실제로 이뤄낸 몇 가지 현상, iGEM 대회나 발광식물 프로젝트 등에 대해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바이오해커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여러 의견을 소개한다. 사실 맨 처음에 바이오해커에 대해 알아볼 때는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창의력에 연구를 맡기는 정도의 느낌으로밖에 알지 못하고, 단점 역시 그냥 안전성 문제 정도가 크게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이오해커가 가지는 이점이 굉장히 많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 역시 더욱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바이오해커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이들은 본인들이 얻은 성과물과 정보를 모두 공유하며, 반대로 이러한 유전자 정보를 특허 등으로 사유화하거나 하는 기업 등의 경우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비판을 한다고 한다. 이들의 말 중 하나가 바로 생명공학의 민주주의적 사용이며, 이에 따라 누구의 소유도 아닌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황당했던 점은, 발광 식물 프로젝트 등을 유전공학으로 성공시켰을 때 그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데, 여기서 특허권이나 그 소유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당연히 수익구조가 성립이 될 수 없는 건 아닌가 싶은 부분이었다. 결국 뭔가를 수익화하기 위해서는 특허나 지식 재산권이 반드시 필요하며,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방식의 생명 부품에 대한 특허 자체는 그들 사이에서도 딱히 불허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이는 굉장히 모순적인 상황을 가져오는데, 특허를 허가하지 않으면 그 유전공학 자체의 수익성이 존재하지 않아 연구가 진행되기 어렵고, 그렇다고 모두 특허를 허가하면 생명 부품에 대한 오픈 소스 개발이 진행될 이유가 점점 사라져 연구가 진행되기 어렵다. 진짜 이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픈 소스라는 개념도 굉장히 독특한데, 이는 정보에 대해서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에서 존재했던 개념이고, 텍스트와 같은 정보에 대해서는 지식 재산권이 인정이 되어서 가능했다고 하지만, 유전자 서열에 대해서는 지식 재산권으로의 인정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이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허나 지식 재산권 관련해서는 이전부터 이런 비슷한 느낌들 때문에 관심이 많았고, 여담이지만 그래서 변리사 시험도 준비해보고자 한다. 확실히 유전자에 대한 오픈 소스 문제는 어쩌면 자본주의가 바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솔직히 과거에 프로그램 코드에 대한 오픈 소스도 어떻게 운영이 되었는지도 의아하다. 내가 생각한 내용이 그 뒤에 책에서도 똑같이(더 자세하게) 제시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더 알아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가지는 문제가 바로 환경과 인체에 대한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였는데, 각각 생물 안전성과 생물 안보, 그리고 안전사고 문제가 있다. 유전체 관련해서는 아마 윤리적 문제 역시 점차 떠오르고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특별히 다루고 있지 않다. 확실히 어차피 알게 되는 정보를 윤리적 문제로 막거나 하는 건 오히려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나도 굉장히 동의한다.

생물 안전성과 생물 안보 두 가지는 비슷하다. 둘 다 중앙의 통제가 없는 이런 실험 환경에서 인체에 굉장히 위험한 병원성 생물이 생기거나 환경에 대해 문제가 되는 경우, 특히 생물 안보는 이러한 위험성을 악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는 내가 바이오해커에게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대해서 바이오해커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이용하고 있고, 몇몇 명제에 대해서는 반론한 내용도 있었다. 우선 생명 부품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된 것 치고는 생각보다 대다수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명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부서지기 쉬운 체계를 가진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일단 바이오해커들은 아직 실제 생명과학자를 따라갈 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있겠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 외에도 iGEM을 진행할 때 각 팀별로 안전수칙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이러한 우려를 알리고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에 그 걱정은 너무 크다는 것이 주요 반론 내용이었다. 의외로 나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납득되었다. 특히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바이오 등급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그들보다는 실제 연구자들에게서 문제가 훨씬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그들에게 거의 불가능한데다 그들 스스로 꺼리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들을 걱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더 큰 문제를 잊고 있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이 여기서도 일어난 건 아닐까 싶었다.

안전사고 문제 등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는 상황에서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물론 모든 치료법을 누군가에게 이용하려면 특정 절차나 제한을 만족해야 하겠지만, 이 부분은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법을 찾아서 특정 약물을 투여한 경우도 존재하며, 이는 의료계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 맞다. 이번에는 구충제가 코로나19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이상한 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전자 검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아직 SNP나 유전자 분석이 정확한 결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세 곳에 분석을 보내도 이에 대한 해석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셋 다 특정 유전자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가져왔다고 한다. 오히려 이들이 유전자들을 분석하는 데에 돈을 받으면서, 그 빅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자신들의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이용하거나 다른 업계에 팔아넘기는 그런 문제 역시 제기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너무 제한하는 경우, 이들이 오히려 다시 암흑 속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96퍼센트의 바이오해커들이 직접 실명을 가지고 공개된 집단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며, 이에 대한 제한이 들어오면 이들이 소속된 기관이 없는 만큼 확실히 어둠 속에서 활동하고, 그래서 책에서 언급한대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납득이 된다.

 

이렇게 내용을 보다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자, 이 책에서 해석한 바이오해커의 궁극적인 의미는 소비자의 변화이다. 더 이상 시장은 생산자들의 입맛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및 사용자가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내용이 책에 전반적으로 많았고, 그 부분들이 되게 어색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것이 새로운 사회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으며, 내가 생각한 미래 사회 중에 우리 모두가 이제 데이터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이 책이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을 이야기한 것 같아서 굉장히 놀라웠다.

책 자체의 내용은 되게 어려웠다. 지금 이렇게 길게 독후감을 적었음에도 내용 자체는 70퍼센트까지는 이해했을까 헷갈리기도 하다. 놀랍게도 생명공학적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이미 전부 배운 내용들이어서 하나도 어렵지는 않았다. 그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새로운 변화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와의 중첩점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미래학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이 책 역시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도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고, 나는 이와 비슷한 미래 사회와 변화에 대한 책을 더욱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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