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5 ~ 2020.03.27
이 글은 필자가 202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성한 글로, 글의 진행이 서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
이번에 읽은 책은 이언 스튜어트의 <생명의 수학>이라는 책이다. ‘21세기 수학과 생물학의 혁명’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가 생명과학과 수학의 ‘깊은’ 연관성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 학교 추천 도서에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개학이 늦어지며 많은 교과목들에서 개학 전 숙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중 수학Ⅲ 과목의 숙제가 10개의 복습 프린트(자율)와 수학 추천도서 읽고 독후감 쓰기이다. 학교의 추천도서에는 딱히 과목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수학에 관련된 도서를 찾기 위해 리스트를 살펴보던 중, 생명과학을 매우 좋아하는 나에게 <생명의 수학>이라는 제목이 보였고, 필요한 교과서들과 책들을 구매하면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구매했다. 마침 처음에 받은 수학 숙제나 정수론 숙제들은 모두 끝냈고, 생명과학 숙제만 조금 미루고 있던 와중 책이 배달되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명과학과 수학의 연관성을 잘 모른다. 나 또한 그렇다. 물리학은 뉴턴 이후 수학의 미적분 등과 함께 엄청난 발전을 이뤘고, 화학 역시 모든 반응에 대해 많은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지구과학은 물리학이 많이 이용되기 때문에 미적분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생명과학은 수학과의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생명과학을 배우면서 우리가 외우는 것은 호르몬의 이름이나 그 영향(을 직접 계산한다면 미분방정식 등이 다양하게 나오겠지만), 세포의 구조나 생활사 등 ‘계산하는’ 부분보다는 ‘외우는’ 부분이 훨씬 많다. 그나마 계산이 많았던 저번 시험범위는 멘델의 ‘유전 법칙’과 모건의 ‘교차’였고, 여기서 쓰이는 통계와 확률 정도만이 생명과학에 관련된 수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술동아리 LIFE에서 한 주제 발표 활동에서 선배 한 분이 수학을 좋아하신다면서 발표하신 ‘생명과학 속 수학’의 내용도 이런 ‘유전통계학’이 전부였다는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생명과학의 발전을 돌아보며 그 중 수학이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를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과 그에서의 수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내용이 500페이지 조금 안 될 정도로 많지만, 내용을 부풀렸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놀라운 점은, 이렇게 내용이 많을 정도로 생명과학과 수학은 연관성이 많았다. 특히 이 책의 부제처럼 지금 ‘21세기’에서 앞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생명과학에는 수학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크게 느껴졌고, 고전역학이 발전할 때 미적분이 발전했듯이 앞으로 발전해나갈 수학에도 생명과학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이 제일 놀라웠다.
이 책에서는 처음에 생명과학의 ‘여섯 번째 혁명’이 지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혁명은 ‘현미경’의 발명이고, 두 번째 혁명은 ‘분류’이며, 세 번째 혁명은 ‘진화’이고, 네 번째 혁명은 ‘유전학’이다. 다섯 번째 혁명이 바로 ‘DNA의 발견’이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혁명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다. 이 혁명의 순서는 설명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타당하고, 다른 곳에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순서를 작가가 설계해 낸 것이라면 생명과학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인데, 작가가 원래 수학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이 매우 놀랍다. 여기까지의 발전에서는 수학의 사용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과학들에 비해 꽤나 제한적이었다. 현미경에 렌즈의 곡률과 굴절률, 유전학에 통계 정도가 쓰이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내용 뒤로 설명하는 현대 생명과학의 수학의 사용은 굉장히 많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수학의 범위가 더 좁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상당히 많은 ‘생명과학 속 수학’ 내용을 보여주는데, 이는 꽃 속의 ‘피보나치수열’의 이유부터 이전에 읽었던 우리 학교 선배가 쓴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군론’과 ‘게임 이론’, 외에도 ‘카오스 이론’, ‘위상 수학’ 등 상당히 많은 내용이 있었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수학 ‘교과목’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왜 꽃이나 잎의 개수가 피보나치수열을 따르는지와 그 와중에도 예외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보여주고, 황금비가 가지는 ‘신격화’가 왜 의미가 없는지를 설명해주며, 줄무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한 ‘카오스 이론’이나 바이러스의 구체를 이루는 단백질 단위체의 모양과 개수에 대한 수학적 설명, 그리고 ‘환각’의 기하학적 원리와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 생명과학의 한계점을 수학이 해결해 준 수많은 사례들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흥미롭고 깊은 내용들이 많았다. 지리적 분리가 아니라 유전적 분리에 의해서도 종이 구분이 될 수 있으며, 서로 생식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서로 생식을 ‘꺼려서’, 혹은 서로 ‘잘 마주치지 않아서’ 이뤄지는 종의 구분도 있었다는 점은 완전히 처음 알게 되었고, 정말 놀랍고 흥미로웠다. 게다가 종의 구분에 대해서는 수학적인 내용이 매우 많았다. 생각보다 ‘생명’을 정의하는 것은 꽤나 많았지만, 역시 가장 큰 부분은 ‘번식’이었다. 그래도 ‘번식’과 ‘복제’의 차이점이 크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다. 다른 방식의 생명체, 예를 들자면 DNA를 사용하지 않거나 인지질 막을 이용하지 않는 생명체는 이론적으로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게 인간과 비슷했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이 설명들은 대부분 수학에 대한 ‘자세한’ 설명 보다는 생명과학에 대한 ‘수학적’ 설명이었기 때문에, ‘비선형에 대한 카오스 이론’이나 묶인 끈의 ‘위상 수학’과 같은 부분에서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아예 ‘인공 생명’에 대해서는 직관과 내용이 크게 달라서 놀랐다. 그래도 생각보다 생명과학의 많은 내용들이 수학에 의해 해결되었으며, 이런 부분들 때문에라도 ‘생명과학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수학을 더욱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 덕분에 언젠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많이 해결되었다. 종의 수는 생각보다 적었고, 그 종의 구별도 대부분 유전자에 의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같은 속이나 가까운 종끼리는 교배가 가능하기도 했다. A와 B가 교배가 불가능해도, A와 C, 그리고 B와 C의 교배가 가능한 경우는 실제로 존재했으며, 왜 눈을 감고 시각에 집중하면 어떤 ‘원’이 움직이는 ‘환각’이 보이는지부터 유전자가 작용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DNA가 진화에 의해 변화한다면 그 DNA를 번역하는 DNA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트리플렛 코드 자체가 바뀌어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등, 책에서는 많은 내용과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었고, 몇몇은 매우 어려운 수학이었지만 결국 모두 수학이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꽤나 놀라웠다.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내용인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외계 생명체가 우리와 같은 세포 구조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환경이 크게 다르면 그 환경에 가장 적응된 형태의 생명체가 나타날 것이다. 생명체의 정의만 만족한다면 말이다. 지구의 경우는 아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조의 생물이 가장 살기 쉬웠으며, 그 외의 구조에게는 탄생하고 번식하는데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첫 ‘세포’에서 모든 생물이 탄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골디락스 존’에 대해서는 ‘온실 효과’나 ‘알베도’ 등 행성에 따라 달라지며, 이 외의 여러 요건에 의해 생명이 탄생하기 가장 좋은지를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여기까지의 내용이 나왔지만, 딱 한 가지 내용이 없었다. ‘생명에 물이 필수적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DNA와 같은 염기를 이용하지 않는 생명이 있을 수도 있고, 탄소가 아닌 규소를 이용하거나 인 대신 황을 이용하거나 혹은 아예 이용하지 않거나 등 생명의 방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골디락스 존’의 정의가 행성에서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구역일 정도로, 생명에는 물이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는 중학생 때 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명과학의 첫 시험범위에서 이 의문이 풀렸다. 캠벨 생명과학 책에서는 ‘물의 창발적 특성’에 의해, 가장 좋은 ‘극성 용매’이자 ‘보온재’ 등 물은 생명에 유리한 다양한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생명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설명한 ‘다양성의 가능성’에 의해 다시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물’의 존재에 관한 의문만은 드러내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 이언 스튜어트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작은 질문 하나만 여쭈어보고 싶다.
위의 질문은 어쩌면 의미가 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다른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혹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명체를 창조해내기 전까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게다가,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외계 생물’보다는 우리의 생물이 스스로 작용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의 내용에서 새로 다룬 내용들은 매우 흥미롭고 새로워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가장 관심이 많은) 생명과학에 대해서도, (가장 성적이 나쁜) 수학에 대해서도 더욱 알게 되었고, 그만큼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을 읽게 되어 기쁘다. 수학을 아직 잘 못해서, 혹은 아직 모르는 내용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전부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해할 수 있었던 일부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흥미롭다. 그래서 추천도서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은 해보고 싶고, 이런 책을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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