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에세이]
2023.02.03
이 글은 필자가 2023년, 대학교 2학년 때 작성한 글입니다.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ESG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업경영의 기준을 넘어, 이제는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커다란 키워드로 자리를 잡은 ESG. 최근 이 사회 변화에 관심이 생겨, ESG는 어떻게 나타났고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알아보고 고민해보았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이렇게 공유하고자 한다.
ESG란 무엇인가.
ESG는 각각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경영구조)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단어이다. 이러한 세 가지 키워드는 기업의 경영자가 수익 활동에 대해 지금까지 잘 고려하지 않았던, 그리고 이제부터는 고려해야 할 사항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각각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Environment, 이제 기업은 자신의 수익 활동이 환경을 고려함을 알려야 할 것이다. Social, 이제 기업은 자신의 수익 활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더 나아가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Governance, 이제 기업은 자신의 경영구조를 더 민주적으로, 더욱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고려 사항이 바로 ESG 경영 방침이다.
환경에 대해서는, 먼저 기업은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환경을 위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폐기물 처리를 합법적,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탄소 재흡수나 환경 복원 등, 환경을 지키는 캠페인이나 프로젝트의 진행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환경 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사례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례가 많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예시로, 기업은 인종이나 성, 문화 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고, 모든 사람을 도구가 아닌 일종의 인격체로 대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기업이 갖추어야 할 도덕, 인간성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구성원이 인종 차별을 가하거나 사회적 규범을 어긴 사건 때문에, 그 기업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는 최근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경영구조에 대한 예시로는, 기업의 내부 정보가 투명성 있게 제대로 공개되어야 하고, 기업 내부의 경영이 주주들에게 있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재벌 중심의 세습 경영자의 단독 선택이 아닌, 회사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주주들과의 합리적인 소통에 의한 선택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이 있다.
ESG의 시작은 잘 알려져있듯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으로부터이다. 2020년 1월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의 이름으로 보내진 연례 서한이 그 시작이다. 이 서한에서 블랙록은 앞으로 각 회사에 자금을 투자할 때, ESG 요소의 반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서한의 내용을 간략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앞부분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은, 우리도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저탄소를 향한 걸음에 함께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 그리고 투자자들의 정보 공유 요구에 따라,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궁극적으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ESG 중 E에 근본을 둔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S와 G, 각 기업의 이해 관계자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내용이다. 여기서는 단기적인 이득, 예를 들자면 고객을 존중하지 않거나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는, 이러한 이득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득을 고려하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해당 기업에게 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함께 공시하도록, 경영구조에 투명성이 존재하도록 요구하고, 해당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블랙록이 해당 회사의 이사 활동에 반하는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을 보내고 있다.
ESG와 이기적 기업
말만 들어보면, 이제 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해, 환경을 지키고 사회를 위하며, 더 나아가 경영구조까지 소비자들의 말을 듣는 것 같다. 특히 블랙록이 마치 환경,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의 수호자처럼 보인다. 마치 기업들이 착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지금까지 이기적이었던 기업들의 수익 수단이, 왜 갑자기 소비자들을 위하는 이타적인 기업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은 이타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이타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우리의 큰 착각이며, 여전히 기업은 이기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기업은 생물과 같다: 이들 둘에서는 자연선택이라는 법칙이 공통적으로 성립한다. 최대한의 자손을 남기는 이기적 유전자와 같이,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는 이기적인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은 모두 최대한의 이익을 남긴 기업이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진작에 망했다.
블랙록이 해당 규칙을 정한 것은, 그리고 나머지 기업들이 이를 따른 것은 모두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것이 내 가설이다. 이 시각에서 바라본 각 변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보여준다.
환경에 관한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먼저 알아보자. 최근 사회는 환경 문제, 특히 온실 기체로 인한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와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문제를 법 및 국제 협약으로 제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온실 기체 방출을 규제하는, 탄소 배출권이나 과태료, 탄소세와 같은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이에 대항하여 환경을 계속 오염시킨다면, 그 기업은 소속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자금이 빼앗기고, 이에 따라 수익이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기업의 소속 국가가 이런 환경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면? 생각해보자. 환경 정책을 가진 국가는 절대 자신만 손해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환경 정책을 가진 국가는 정책을 가지지 않은 국가의 기업에 대해 일종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막고, 더 나아가 수출 유통망이나 기술 지원 등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큰 피해를 보지 않는 국가라면 미국 정도가 있겠지만, 미국은 중국과 같이 화석 연료를 많이 써야만 하는 신흥국에 반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정책에 힘을 주고 있다. 이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정책적 시각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점차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고, 민중의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블랙록은 투자자 및 투자 대행사로서, 어떤 기업이 화석 연료를 이용하거나 개발하는 등 환경에 피해를 주고, 환경 정책 등에 의해 이윤에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고 싶은 것뿐일 것이다. 먼저 투자자로서 블랙록에게 기업의 이윤 감소는 배당금 및 주가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블랙록은 환경에 관한 리스크를 알고 싶을 것이며, 리스크를 확인한 다음에는 투자를 감축하거나 철회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투자 대행사로서 블랙록은 투자자들에게 해당 환경 관련 리스크 정보를 공유하고 싶고, 투자 대행사 중 최초로 해당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더 많은 투자를 대행하고 싶을 것이다. 상당히 복잡한 관계이지만, 단순히 블랙록은 수익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가진, 이기적 기업인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로로 보면, 나머지도 단순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내용은, 최근 국내에서는 갑질, 해외에서는 인종 차별과 같은 기업 구성원의 사회적 문제가 여론을 통해 쉽게 퍼지고, 이에 따라 불매 운동 등 기업 이미지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보이지 않는 기업은 차후 수익이 감소하게 될 것이고, 블랙록은 투자자 및 투자 대행사로서 이러한 회사를 멀리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구조에 대한 언급 역시, 위의 환경과 사회 관련 정보를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이 역시 투자자들이 해당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거나, 적어도 정책이 시행 전 투자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게 하여 투자자들을 위하는 형태의 구조를 강요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블랙록은 투자자 및 투자 대행사로서 이러한 형태를 가지지 않는 회사를 멀리해야 한다.
결국 모두 투자자를 위한 구조이다. 이런 내용은 놀랍게도, 블랙록의 CEO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며,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익을 위해서,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와 주주들이 수익을 원하고, 기업도 수익을 원하는 일종의 윈윈 관계에서, 이러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그렇기에 경영학과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주식회사’ 개념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함께해야 할, ESG로의 변화
블랙록의 이 선언에 의해서, 다른 기업 역시 이기적 기업으로 존재하려면, 해당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당연하지만, 블랙록을 통해 투자를 받고 있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기업이라면 해당 선언을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들도 더 많은 수익, 그리고 소비자들의 요구 수립 및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해당 선언을 따라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독립적인 투자자들도 ESG(여기서는 환경) 관련 정보가 존재하는 회사를 향한 투자에 우선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모든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러한 방향성을 따르게 된다.
이는 위에서 다룬 것처럼 어느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환경 정책을 가진 정부 역시 이러한 자국 기업의 변화에 힘입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다른 국가와의 무역, 자금 및 기술 이동에 ESG 경영(특히 환경 문제)을 빌미로 제재를 걸고자 할 것이다. 미국과 가까운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단,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직 ESG에 대한 정확한 척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ESG가 객관화 및 수치화하기 까다로운 정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여, 한 기업에 대한 ESG 등급이 기관마다 천차만별이 될 정도라고 한다(특히 우리나라의 ‘재벌’ 경영구조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앞으로는 이러한 척도의 단일화가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이뤄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ESG의 정확한 방향성이 수립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변화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ESG는 확실한 사회 현상이고, 실제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ESG 관련 공시 자료를 발표해왔다(많은 기업의 홈페이지에 ESG 관련 탭이 생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ESG는 기업에 관한 자료로서 유의미한 척도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정부 간의 상호작용
여기서 소비자,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환경이나 사회 도덕성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킨 사회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문제를 제기해 온 사회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 근거에 기반하여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과 사회 현상이 생길 수 있었고, 이것이 기업이 존재하는 기반을 변화시켜 마치 ‘기업이 착해진 것처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최근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들처럼 과도해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확실한 것은 사회의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해당 내용이 비교적 민주적인 경로를 통해 법안으로 나타나고, 기업이 존재하는 기반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민주 공화정의 강점이자 장점이고, 사회 구성원이 만든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확실히 ESG라는 새로운 움직임은 정말 흥미롭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럼에도 경제학에서 다루는 생산자와 소비자, 정부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져올 미래는 ESG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보다는 더 나은 미래일 것이다. 그 미래가 궁금하지 않은가? 여기서 글을 줄인다.
- 참고문헌
[1] BlackRock. (2020). "BlackRock’s 2020 Letter to Clients: Sustainability as BlackRock’s New Standard for Investing." BlackRock. https://www.blackrock.com/corporate/investor-relations/2020-blackrock-client-letter [2] BlackRock. (2020). "Larry Fink’s 2020 Letter to Clients: A Fundamental Reshaping of Finance." BlackRock. https://www.blackrock.com/corporate/investor-relations/2020-larry-fink-ceo-letter [3] 제롬 글렌. (2021). "세계미래보고서 2022." 박영숙 옮김. 비즈니스북스. [4] 남승표. (2022). "래리 핑크, 연례서한서 ESG 재차 강조…"이것이 자본주의"." 연합뉴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43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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