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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독서] 무기여 잘 있어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어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2021.11.15 ~ 2021.11.29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글로, 글의 진행이 서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쉽게 생각해서 지금 당장 우리 혹은 북한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공격을 감행한다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강제로 징병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세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 전쟁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때의 전쟁은 어떤 느낌일까? 어느 영화에서 보면 히어로들은 항상 싸우고 있고, 웬만큼은 다치는 일 없이, 죽는 일 없이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전쟁을 다룬다. 반면에 가족이 죽고 형제가 죽는, 심지어는 상대 역시 사람이라면서 우리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그런 상황이 너무 슬프다는 식으로 전쟁을 다루기도 한다. 이런 내용의 영화들은 많이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 전쟁은 다른 무엇보다도 하나의 문화적인 무언가로 다가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전쟁이 아니다, 라며 그 모든 문화에 대해 반박을 하는 글. 그런 글로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 [무기여 잘 있어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전쟁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무언가 유쾌하거나, 감정적으로 벅차거나 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담담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게 담담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너무 끔찍한 내용이 많다. 그 내용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각각을 자세히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주인공은 이탈리아 측의, 미군에서 파견된 의무대 장교이다. 전쟁에서 주로 하는 일이라면 야전병원과 구급차 관리이다. 그런 주인공은 장교라서 그런지 병사들보다는 좋은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전쟁을 싫어했다. 그건 직접 말한 것도 있고, 마치 상황에 대해 억지로라도 비관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그런 충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주인공은 어느 날 총공격을 준비하던 도중에, 그저 구급차 운전수 네 명 정도가 서로 잡담을 나누는 얕은 굴에 함께 있었을 뿐인데, 먹을 것이나 어떻게 가져올까 하던 정도였는데, 그곳에 박격포 탄이 떨어졌다. 구급차 운전수 네 명이서,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논하며, 전쟁이 정말 싫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뿐인 한 청년은 그 자리에서 다리가 잘리고, 그대로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어떤 이는 운이 좋아 살았을지 몰라도, 어떤 이는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무릎 쪽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정말로 갑작스러우면서도 담담하게 들이닥친 끔찍한 장면이다. 전쟁이 싫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그것도 전방도 아니고 후방에서 의료적인 지원을 준비하던 평범한 병사들이 그 박격포 포탄 하나에 그냥 죽고 다쳤다. 그것도 끔찍하게. 나는 가장 먼저 이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도 이렇게 글로 쓰니까 평범한 내용 같아 보일 수 있지만, 포탄이 입힌 상처들과 그에 의해 죽어가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마치 정말 옆에서 사람이 하나 죽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심지어는 그 전투에서 주인공이 있던 이탈리아 측이 승리했다는 것이, 그저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승리하더라도 승리한 게 아니지 않은가.

 

그 뒤에 나오는 장면 중에도 정말 충격적인 것들이 많았다. 이후 전쟁에서 이탈리아가 후퇴를 결심하고, 구급차들이 바퀴가 어디에 빠져서 주위 병사에게 나무를 주워오라고 했는데, 그 병사들은 후퇴를 빠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러자 주인공은 장교의 명을 불복한 자를 군법으로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거리낌 없이 총으로 쏘았다. 병사가 전쟁에서도 아니고, 퇴각하는 도중에 공포에 질렸다는 이유로 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인물은 적어도 작품 안에는 하나도 없었나보다.

심지어 주인공 일행은 그렇게 구급차를 버리고 급히 퇴각을 하던 중, 멀리서 누군가에 의해 총알을 맞는다. 그것도 아군의 총알이었다. 적인 줄 알고 쏜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그 때문에 한 명이 또 죽는다. 전쟁에, 총을 쥐어주면, 물론 기관총을 쏘더라도 앞의 아군을 갈기지 않으리라는 건 없듯이, 실수로 같은 팀에 의해 누군가가 다칠 수도 죽을 수도 있지만,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게다가 구급차를 버리고 퇴각을 하였기 때문인지, 일행은 같은 이탈리아군의 젊은 장교들에게 걸려서 탈영병으로 찍혀 정말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주인공이야 겨우 강으로 뛰어들어 살아남았지만, 그렇게 탈영 등의 이유로 반론할 기회도 없이 잡혀있던 사람들은 도살하듯이 총살당했다. 하나의 생명이 그렇게 쉽게 날아가는 상황들이, 일단 적어도 그들에게는 딱히 이상하지 않았나보다. 나에게는 정말 끔찍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충격적인 장면이 많았음에도, 역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 작품의 거대 스포일러라고도 할 수 있는 캐서린의 죽음이다. 캐서린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영국에서 파견된 간호사이고, 그 둘은 주인공이 출전하기 전, 그리고 다리를 다쳐 병원에 머무는 도중에도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의 주인공이 자신은 사랑을 모른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전쟁 도중이기 때문에 진짜 결혼은 하지 못 했지만, 이후 캐서린이 아이를 가지게 되어 군법 등에 의해 다른 곳으로 파견된다. 주인공은 이 때 겨우 죽을 위기를 면하고 강으로 뛰어든 다음 캐서린이 있는 곳을 찾아갔고, 이들은 옆 스위스로 강을 타고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

캐서린은 어떤 이유에선지 제왕절개 후 사산을 하게 되고, 자신도 심한 출혈에 의해 사망한다. 이런 단순한 상황을, 당연하지만 주인공 본인은 매우 괴로워하며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절규한다.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정말 내 머리가 다 아플 정도로 괴로워하는 것이 느껴지고, 굉장히 끔찍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괴로운 내용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에 대해서, 가장 먼저 이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가 사산된 것을 알았을 때는,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많은 생명들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한다. 개미마냥 쉽게 죽는 생명이고, 그렇게 수도 없이 죽어나가고 있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특히 난 이 글을 보면서 반대로 위에서 수없이 별 거 아닌 이유로 죽어나간 사람들이 떠올랐다.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캐서린마저 죽은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절망적이었다. 왜 캐서린은 죽었어야 했을까. 왜 주인공은 반드시 그렇게 아프도록 슬퍼하면서 쓸쓸하게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가야 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도 위의 많은 아픔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전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쟁이 없었으면 둘이 만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보다도, 전쟁 때문에 그 둘은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주인공은 다리가 뜯기는 것은 둘째 치고 죽을 뻔한 경험을 너무 많이 했으며, 캐서린 역시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임신한 상태에서 굉장히 힘들게 강을 건너 넘어왔다는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전쟁이 아니었다면 사산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완전히 논리적으로 말 할 수는 없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고, 이 소설이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이게 다 전쟁 때문일까. 전쟁이 없었다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전쟁은 끔찍한 것이 맞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근거가 될 만 한 이야기들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진 역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자체가 거의 일기를 쓰듯이 자세했고, 그리고 주인공의 생각과 고통이 그대로 잘 느껴졌다. 그것도 바로 전쟁에 대한 끔찍함을 잘 알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다음부터는 죽음이라는 것이 다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누군가가 나를 정말 영원히 떠난다, 그것이 가지는 상실감과 슬픔은 굉장하다는 점을 배웠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그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가벼움이 너무 두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소설이 인상 깊었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것이지만, 그것은 우리 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 생명과학 시간에서조차 생각하지 못 했던 점이다.

너무 끔찍한 느낌이 가득해서 절대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충분히 인상이 깊었던 소설이었다. 분명 다른 친구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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