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1 ~ 2021.03.03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글로, 글의 진행이 서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
이번에 읽은 책은 ‘셀트리오니즘’이라는 책이다. 부제는 “셀트리온은 어떻게 일하는가”로, 책의 내용도 셀트리온과 그 창업자 서정진이 어떻게 지금까지 셀트리온을 이렇게 큰 회사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셀트리온은 나도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큰 바이오 회사이며,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세포 배양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고 그 세포 배양조에서는 단일클론항체의 세포융합된 B세포가 배양되어 항체를 얻어낸다고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하다. 겨울방학에 몇몇 친구를 만나 교보문고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곳에 진열된 책 중에서 이 책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랑 제약은 다르지 않을까 하고 구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이전에 독후감을 작성한 ‘K바이오 트렌드’를 구입한 그 때, 최대한 최근에 나온 업계의 책을 구매하고자 할 때 이 책이 추천도서로 떴고, 생각해보면 세포농업과는 세포 배양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바이오 분야의 벤처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 없이 바로 구매를 했다. 막상 읽은 것은 구매한 날짜에 비해 좀 늦었지만 읽는 것 자체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개학 전에 웬만한 일들을 다 끝내고 나서 뭘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한 번 앞부분만 읽어보니 그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워서 계속 읽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셀트리온과 서정진의 역사와 사건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셀트리온과 서정진만이 가진 특징들을 설명한다. 이 책을 작성한 전예진 기자가 책에서 말하기를, 셀트리온은 확실히 뭔가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셀트리오니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다른 회사들은 잘 모르지만 그런 부분들은 뭔가 독특해보이기도 했다. 막상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에는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특징들도 그렇고, 그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리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내용 역시 의미 있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여러 마음가짐이나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 세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이 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있다. 바로 앞의 책, ‘K바이오 트렌드’를 읽을 때 나는 의약품을 비싸게 팔려고 하는 것에 대한 혐오를 느꼈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납득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앞부분에서 서정진과 셀트리온에 대해 설명하기를, 의미 없이 높은 약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치료제를 얻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것이 서정진의 꿈이라고 하며, 심지어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도 개발하고 나면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뭔가 굉장한 비전이나 목적이 있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가득 들었다. 물론 뒤로 갈수록 그런 생각은 점차 줄어들긴 했다. 읽다 보면 나오는 많은 내용은 일단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고 가치를 창출하여 돈을 벌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그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투자나 빚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회사를 생각해보면 셀트리온의 시작은 상당히 무모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니까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바이오 산업’이라는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업계에 강한 진보적 도전은 당연히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목숨이 직결된 일인 만큼 가치가 높고, 가치가 높은 만큼 제약회사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들이 책에서도 많이 드러났다. 넓게 보자면, ‘무시, 조롱, 저항, 승리’의 모든 과정이 이 책에 들어갔으며, 그 산업의 보수성만큼이나 그 각각의 과정들이 엄청나게 길었다. 단적인 예로 FDA로부터 생산 공정에 대한 허가를 받는 과정, 약품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는 과정 역시 그랬다. 그러나 서정진은 그 과정들을 모두 뚫어내고, 정신적으로는 많은 피해를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상(?)으로 14조라는 엄청난 재산을 손에 넣었다, 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두꺼운 길을 뚫어냈다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셀트리온의 바이오 업계로의 진입 방식 역시 상당히 신기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제약 회사도 그렇고, 대부분의 제약 회사는 ‘신약’을 개발한 뒤 그 가치를 가지고 투자를 받으며, 이를 생산하는 공정을 지어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그와는 다른 방식을 이용했다. 화학적인 방식으로 개발된 약품의 경우와 다르게 항체 등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은 개발이 매우 어렵지만, 그 효능과 정확성 때문에 미래의 신약으로 간주되고 있다. ‘K바이오 트렌드’에서도 항암제 등에 항체가 특이성 등에서 굉장히 성능이 좋다는 점을 알려주기도 했고, 상식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했으나, 그에 관련된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다. 대신 생산 대행을 맡겠다고 자청했다. 생산 공정만 있으면 생산에 문제를 겪는 회사를 고객 삼아 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것은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냥 그 공정 자체가 유지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도 세포 배양조 공정을 딱 3개의 국가만이 가지는데, 우리나라가 그 4번째 국가가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셀트리온은 대기업이 아니었다. 그 배양조 역시 한 외국 제약사와 계약을 맺은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서정진은 빚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바로 그 배양조이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그 배양조가 지어진 곳은 인천 송도였고, 계약이 진행된 당시에는 아직 간척이 이루어지기 전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간척을 진행하고자 하는 인천시 입장에서는 해외 기업과 연관된 공장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환영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내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바이오 분야 창업이라면 우리나라 내에 남은 곳은 거의 송도 쪽이며, 벤처 기업 지원 관련 인프라가 그쪽에 많다(인천스타트업파크가 여기에 있고, 최근에 셀트리온에서도 바이오 분야 벤처 지원을 송도 주변에서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수도권에 가까우면서도 최근에 개발이 가능했던 유일한 곳이니까 송도가 그렇게 된 줄 알았더니 이런 배경 이야기가 있다는 점은 좀 놀라웠다. 이후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공장도 송도에 들어왔으니,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들은 말에서는 약품의 항공 배송을 위해서라면 송도가 가지는 장점이 더욱 커진다고 했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그와 함께 나온 세포 배양조의 기본적 구조, up과 down의 두 과정들은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 뒤의 셀트리온의 행보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의약품의 생산 대행을 맡으면 전 세계의 바이오 제약 회사가 바로 고객사이다. 그런데 셀트리온은 뒤에서 바이오시밀러, 그들의 항체 약품과 같은 기전을 가지도록 한 비슷한 항체 약품을 연구했고, 이후 가격이 매우 저렴한 같은 복제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지식재산권이 끝나가던 약품들에게는 수익성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원래의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는 소송전이나 로비전을 벌여 그들의 약품의 도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셀트리온의 첫 바이오시밀러 약품인 램시마는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판매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회사는 몇 개의 바이오시밀러 약품을 더욱 제출하고, 결국 이를 통해 수익을 가지게 된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원래 의약품보다 조금 적게 만든 것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수익 모델과 효율을 가졌는지가 아직 이해가 잘 되지 않긴 하다. 약값을 싸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서정진 본인이 했다는 이야기도 책에 들어있었는데, 그럼 비교적 저렴한 수준만으로도 충분한 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바이오시밀러를 도전한 것은 그들이 최초였고, 그것이 전 세계 시장을 뚫은 뒤에서야 많은 기업이 그 흐름을 뒤따라간 것은 사실이며, 그 의미만큼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따라간 기업 중 하나로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있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그들의 기술과 검증 과정을 통해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공장을 작은 공장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키워가는데, 그 비용을 점차 엄청나게 줄여나간 것을 보면 진짜 성공한 건 바이오로직스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은 셀트리온이 닦아놓은 길을 지나갔다고 느껴질 수 있으며, 대기업 치고는 상당히 정당하지 않은 태도라고 보이기도 한다. 셀트리온이 그들을 경쟁자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조금은 흥미롭다. 지금은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제4공장을 지으며 전 세계 최대 크기의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되었다. 굳이 삼성이 한 것도, 그리고 진짜로 삼성이 해낸 것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삼성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경험에 따른 노하우 같은 것 덕분이었을까.
이렇게 보면 셀트리온과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미래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둘의 분야는 넓게 보면 겹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특징 상 서로 다른 약품을 가진 경우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오히려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대신 판매해주던 계약 회사가 반대로 자신들끼리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처럼, 지금 전 세계의 많은 바이오 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단순한 경쟁 업체 수준이라면 다른 기업들과 비슷한 관계일 것이며, 게다가 그 중 두 기업이나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업 분야에 대해서도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책에서 저자가 ‘셀트리오니즘’이라며 앞에서 소개한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예를 들자면, 서정진과 셀트리온 회사 내에서는 소통이나 내용 전달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 방법이 굉장히 독특한데, 다른 특별한 방식이 아니라 서정진이 직접 사내 방송을 진행하고, 그 방송 자체도 회사 내에서 진행하겠다는 뭔가 비밀스러울 것 같은 것도 바로 알린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된 계획을 반드시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서정진의 한 마디로 사업 진행이 OK되거나 하는 등 회사 내의 업무 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한다. 빠른 것 자체는 회사의 특성 상 지식재산권을 놓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 눈에는 그 과정들이 상당히 독특해보였다. 지금 학생회장이 된 내가 가진 걱정 중 하나는 학생회의 활동을 알릴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송을 할 수도 없고,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까 고민 중이다. 그런 나의 관점에서 저 방식은 상당히 놀랍기도 했다. 또한 서정진을 포함한 간부들은 회사 임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독특하고, 그래서 사내 익명 건의 웹 애플리케이션(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을 이용하여 굉장히 많은 의견을 받는다고 한다. 그 구조 역시 굉장히 신기해보였다.
임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무언가라면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일단 회사 내에 회식이라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서정진 본인도 팀원들이랑 같이 밥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한솥밥을 먹는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이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외국에 팀끼리 나갈 때는 서정진이 자신의 방에 사원들을 초대하여 아침만큼은 맛있는 한식으로 같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서정진 개인의 독특한 습관이자 생활 양식일 수도 있겠으나, 그 느낌은 굉장히 신기했다.
그 외에도 스톡옵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앞의 ‘K바이오 트렌드’에서도 읽은 내용인 것 같은데, 대부분의 회사의 경우 스톡옵션을 부여하여 임직원의 월급 일정 이상을 당사의 주식으로 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많은 회사가 그 주식 때문에 임직원들의 정신이 팔리거나, 혹은 그 주식이 올랐다는 이유로 유능한 직원들이 떼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들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셀트리온의 대부분의 사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원들의 분위기부터가 딱 회사를 위하는 분위기로 맞춰져있었다. 많은 사원들이 자진해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찢고 야근 및 밤샘을 할 정도로, 자신의 성장 및 보상을 회사의 보상과 동일시하는 워커홀릭이 많은 분위기였다. 아마 그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고, 중소기업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를 대기업으로 끌어올린 서정진 등의 간부들 덕분일 것이다.
어떻게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본인에게 있어 중간에 지나가는 하나의 커리어라고 느낄 수도 있는 회사를 자신의 직장으로 삼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일례로 서정진은 사내 복지 및 직원 대우를 대기업 급으로 진행하라고 요청했으며, 연봉 역시 스톡옵션을 받는 임원급 직원들은 전국에서 가장 연봉이 많은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회사가 한참을 적자를 내고 있는 와중에도 서정진은 사원들을 자르기는커녕 무조건 월급만큼은 꼬박꼬박 주었다고 한다. 서정진은 직원을 소모품이 아니라 성장하는 자원이라고 정의했고, 그러한 마인드는 굉장히 신기했다.
나 역시 창업을 할 때,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럼 그 직원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곤 했다. 마치 그들을 서류 작성 기계 아니면 내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지, 혹은 내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동료로 보아야 하는지, 회사를 차리면 임금은 누가 결정하고 그런 재정적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등. 그런 관점에서 서정진의 마인드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저런 게 가능한가 싶어서 신기했다. 서정진처럼 행동하는 경우는 직원들이 각각 누군지와 어떤 사람인지, 배경은 어떠한지 부터 특기는 무엇인지 등을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어느 게임에서처럼 각 직원을 숫자로 잡지 않고, 각 스탯을 보면서 알맞은 위치에 끼워 맞추거나 키우거나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창업에 대해 생각하는 많은 부분을 바꿔주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으며,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장 먼저 셀트리온의 전신 기업 ‘넥솔’의 창립 과정을 보면, 첫 5명의 창립자가 해당 회사를 창립한 이유는 그냥 ‘일자리가 없어서’였다. 그 5명은 다 같은 대우그룹에서 나왔으며, 그것도 회사가 횡령에 대한 법적 문제로 한창 시끄러워질 때 서정진이 나오자 그를 믿고 따르는 부하 직원들이 모두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 때 서정진은 이미 직장을 3번 가져봤으며, 첫 직장 이후로는 그의 대단한 프레젠테이션 능력 때문에 이직을 권유받아 옮긴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적어도 창업 당시의 그에게는 경험과 능력이 있었다. 최근의 청년창업 분위기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스토리고, 그래서 나 역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물론 경력이 모두 바이오 쪽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반대로 그가 가진 능력 자체가 기업 운영을 위한 능력이었다는 것도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능력에 대한 설명은 더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좀 많이 궁금하기도 하다.
게다가 그가 다니던 회사에서 그 부하직원들이 그를 믿고 따를 정도라는 것도 진짜 그런 게 가능한 건지 싶다. 최근에 리더십 첫 시간에서 들었던 내용 중에 있던 ‘동업자를 키우다’ 혹은 ‘팀원이 나를 따르다’라는 부분들이랑 굉장히 일치하는 분야이기도 해서 더욱 놀랍다. 나는 뭔가를 진행할 때 다른 친구를 믿지 않는 편이다. 내가 믿는 내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지만, 정말 나는 뭔가 진행을 할 때 내가 진행을 해야지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분업으로 내 일이 정확히 정해졌을 때는 일을 잘 하지만, 그 외에 일이 겹친다거나 내가 누군가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정말 끔찍하다. 누군가가 나를 담당하는 경우, 특히 내 할 일에 간섭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끔찍하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마저 어려운 와중에 누군가를 키운다거나 무언가를 맡긴다는 그런 건 아직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런데 서정진은 그걸 당연하게 해냈다. 책에서도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는다. 서정진이 가진 장점이라는 자기 객관화 방식의 유머 같은 화법은 지금의 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사람을 못 믿는다거나 그런, 나만 이상한 건가 싶다. 굉장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보면 그 회사의 사람들과 서정진 그리고 그 사건들을 나 혹은 내 경험과 비교해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놀란다. 책이 진행되다 보면 서정진은 자살 시도를 3번 했고,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다고 쓰여져 있다. 서정진 본인도 회사를 위해 신체포기각서까지 쓰며 돈을 빌렸다고 한다. 서정진과 임원을 포함한 직원 모두는 죽을 각오로 회사를 살렸고, 책에서는 바로 이것을 셀트리오니즘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서 서정진은 벤처 혹은 관련 도전자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데, 그 중 하나가 ‘절박하게 하라’라는 거였다.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내 경험과 소름끼치도록 일치하는 부분인 만큼 확실하게 기억한다. ‘학위든 뭐든 다 필요 없고, 일단 절박하면 무조건 된다.’ 내가 딱 하나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뭔가를 해낸 적이 있는데, 그건 작년 정보과학 세미나1 수업에서 진행한 앱 개발 프로젝트였다. 대략 시험 2~3주 전에 모든 다른 일들이 끝나서 앱의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설계는 다 되어있었지만 그걸 직접 만드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앱 개발에 관해서는 배우긴 했어도 경험이 백지인 상태에서 뭐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 때 나는 정말 절박했고, 엄청난 짓을 했다. 약 열흘간이었나, 일어나면 노트북을 켜고 앱을 만들다가 도저히 못하겠다 싶을 때는 무조건 잤다. 하루하루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암호학 관련된 함수 작성 방법 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이 모두 화면(액티비티)에서 다른 화면으로의 전환을 설계하는, 노가다가 정말 많았다. 그렇게 나는 30개의 class를 포함한 앱을 쌩 자바로 완성하고, 그러고 나니 시험기간이 일주일 정도 남아있었다. 다시 그 앱을 나에게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절대 못 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개발한 온라인 노트 앱은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내 기준에서 사고를 더 연장해보자면, 절박할 때를 제외한다면 나는 무조건 ‘지금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자꾸만 붙이게 된다. 사회가 권장하는 핑계인 ‘고삼’부터 시작해서 다른 할 일들이 계속 떠오르곤 했다. 언제부턴가는 차라리 다른 할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못 하는 상황에 대해서만 우울해하고 있었다. 반대로 ‘지금 해야만 하는 이유’가 우세할 때는 모두 절박할 때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앞으로는 좀 더 절박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짜 절박한 상황은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핑계를 댈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나에게 핑계를 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렇게 책의 뒷부분에서의 서정진이 제시한 조언이, 그 중에서도 저 한마디만큼은 정말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책의 내용이 끝났고, 책을 덮으면서 내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전에 ‘K바이오 트렌드’를 읽으면서 내가 책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난독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다 사라졌다.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용을 내가 좋아하는 것이거나, 관심 분야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장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와 달리, 이제는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목표했던 최근의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용에서 새로 배우는 부분이 많았다. 더 나아가서 사고방식을 잡고 싶다면, 굳이 최근의 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바이오 분야라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내용은 바이오와는 관련이 없었던 걸 보면 굳이 이런 내용을 원한다면 바이오만 찾을 필요도 없다는 점 역시 느껴진다. 이런 책을 더욱 찾아보아야겠다. 셀트리온이라는 회사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산업군에 대해서 더욱 알게 된 것도 기쁘다.
친구들에게는 한 번 쯤은 추천해보고 싶다. 굳이 읽으려고 하는 친구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라면 이 책을 매우 재미있어 할 것이다. 학기 초에 정신없이 바빠질 것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어떻게든 끝까지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이지만, 정말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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