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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Cellular Agriculture

세포 배양이란? 의의, 조건, 한계와 미래

이번 글에서는 세포의 배양에 관한 개론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세포 배양은 모든 생물학 연구의 기반이자, 생물학을 상징하는, 그리고 필자 같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이미지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정말 예쁘지 않은가?

세포 배양과 생명과학 연구를 나타내는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 왼쪽은 DNA의 Gel Electrophoresis 결과, 오른쪽은 세포 배양으로 추정된다.

생명과학 연구의 기초를 먼저 이야기해보자. 생명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주요한 방법으로, 그 생명을 이루는 각각의 단위를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 단백질 사이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세포를 이해할 수 있고, 개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개체군을 이해할 수 있으며, 종들의 개체군 사이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듯이 말이다.

세포는 생명의 최소 단위이다. 외부 자극에 대해 스스로 반응하는 시스템의 가장 작은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포를 알아보는 것은 다른 여러 시각보다도 상당히 중요한 경우가 많다. 간단히, 왜 암이 생기고, 질병이 나타나며, 개체가 스스로 회복하고,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결국 세포를 알아보게 된다. 더 자세한 건 많지만, 여기서는 따지기 어려우니 넘어가겠다.

생화학 이상의 분야에서, 특히 유전자들의 기능이나 약물의 효과 등을 in vitro에서 연구했다는 내용은 거의 대부분 '세포' 단위의 연구를 의미한다. 그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제 개체 단위에서 보아야 하고, 이를 in vivo라고 한다.

세포를 연구하는 것은 생명과학 연구의 기초 중 하나이며, 수많은 연구에 응용된다. 여기서 세포 배양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Campbell Biology 책에서 설명하는, 각 생명과학 연구의 범위와 그 중요성. 상위 범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위 범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창발적인 특성 때문에 하위 연구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으며, 각 범위의 연구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세포 배양의 필요성

세포를 연구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동일한 세포에 대한 대조군과 수많은 실험군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같은' 세포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때 같은 세포를 여러 개 얻는 것은 꽤 어렵지만, 스스로 분열하는 세포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세포 배양을 이용한다면, 같은 근원을 가진 세포에 대해 실험을 했다는 변인통제의 이점이 있다. 또한 통계적 처리를 통해 유의한 차이를 보일 때 더 많은 실험군을 쓸 수 있다는 이점, 그리고 성공 확률이 적은 형질도입 등의 실험을 진행할 때 전체적인 성공 확률과 양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 등도 존재한다(물론 세포 분열 자체를 연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세포 배양'의 중요성이다. 세포 배양은 생물학 연구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연구에 응용되었으며, 심지어는 그 기술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단세포 박테리아 역시 세포이다. 다만 박테리아나 진균 같이 잘 자라는 것을 배양하는 경우가 전부가 아니다. 인간이나 옥수수의 세포를 생각해보자. 이런 다세포생물의 특정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비교적 까다롭다. 하지만 동물과 식물의 중요성이 큰 만큼, 그 세포에 존재하는 '여러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이들의 세포 배양은 상당히 많이 이용된다.

이 글에서는 그 세포 배양을 위해 맞춰져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한번 자세히 적어보고자 한다.

동물세포, 특히 다능성(어쩌면 전능성)을 가진 줄기세포의 분화를 나타낸 그림. 세포가 이렇게 분화되면, 보통은 '분열'의 능력을 잃는다. 적혈구가 분열하는 그림을 본 적 있는가?

세포 배양의 조건 1. 분열 가능한 세포

일단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세포 자체가 분열이 가능해야 한다. 박테리아나 효모, 곰팡이는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진핵생물의 매우 분화된(highly-differenciated) 세포들은 주로 그 기능을 위해 분열 자체가 어렵다. 쉽게 생각하자면 신경세포는 분열할 수 없다. 따라서 줄기세포 종류 혹은 암세포, 또는 간세포나 섬유아세포처럼 분화된 상태에서도 분열이 가능한 세포가 주로 이용된다.

사실 '분열'이 불가능한 세포의 문제라면, 대부분 동물세포의 이야기이다. 만약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처럼 분열이 불가능한 매우 분화된 세포를 많이 얻고 싶다면,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분화시켜야 한다. 심지어는 분열이 가능하더라도 무한하지 않고, 분열 횟수에 따라 노화 등이 이뤄지면서 세포가 변하는 경우도 있다.

세포 분열, 복제가 어려운 경우는 어떡할까? 단순히 연구가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예시로 고세균 연구가 있는데, 고세균은 기존의 환경이 아니면 쉽게 죽고 잘 분열하지도 않아, 배양 최적 조건이 어떤지도 모르고, 성공할 가능성도 적다. 그래서 처음 발견된 고세균을 연구할 때면 아예 "그 주변 환경의 물질"을 그대로 끌어오고 유지하여 배양하기도 하며, 이 경우에는 분열 속도가 엄청나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고세균 연구는 아주 어렵다.

바이러스 연구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감염될 세포가 필요하다. 그러면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감염될 세포도 함께 '배양'해야 하며, 그 외에도 몇 가지 절차가 추가되면서 연구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박테리오파지처럼 배양이 쉬운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경우는 몰라도, 만약 배양이 어려운 동물세포, 그것도 제대로 분화된 세포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세포 배양보다는 실제 동물을 이용하는 연구가 더 편리한 경우도 있다.

세포 배양 조건 2. 분열을 유도하는 신호

두 번째로,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세포가 분열하도록 하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박테리아는 당연하지만 항상 분열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식물과 같은 다세포생물에서 세포의 분열은 굉장히 제한된다. 이유는 단순한데, 만약 세포가 이유 없이 빠르게 분열한다면 그것이 곧 '암'과 같아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HeLa cell 등의 암세포를 연구에 쓰기도 한다.).

일반적인 동물/식물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신호 물질이 필수적이다. 동물세포는 FBS(소태아혈청) 안에 들어있는 성장인자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고(이 호르몬은 아직 쉽게 생산되지 않는다...), 식물세포는 식물호르몬(옥신, 사이토키닌) 등이 대표적이다.

세포 배양 조건 3. 체내와 유사한 환경

가장 중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앞의 두 가지이다. 더 알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굳이 세 번째를 두자면 세포에게 알맞은 환경, 특히 온도와 습도(고체 배지의 경우), pH와 기타 이온 농도, 필요하다면 빛의 양과 산소/이산화탄소 등을 모두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pH는 여러 대사물에 의해 쉽게 변할 수 있는 반면, 체내 환경에서는 굉장히 잘 유지되는 편이. 세포 배양 환경에서는 pH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적 buffer(완충 용액)가 같이 들어간다(사실 우리 몸도 그렇다). 큰 pH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확인이 쉽도록 지시약을 섞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세포 배양을 나타내는 사진. 주로 동물세포의 액체 배지 배양이 바로 이런 붉은 액체를 이용한다. 이런 배지가 붉은색인 이유는 헤모글로빈이나 양분의 색이 아니고, 단순히 pH 지시약을 함께 넣었기 때문이다.

세포 배양 조건 4. 양분의 제공(& 노폐물 문제)

네 번째 조건은 양분(포도당이나 설탕, 비타민, 지방산, 아미노산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세포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원과 영양분을 전달받아야 한다. 실제 생물은 체액이 그런 운반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한다. 다만 (주로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세포 배양은 이런 지속적인 순환을 만들어줄 수 없다(이 때문에 영양분이 점차 부족해지게 되며, 동시에 노폐물이 점차 쌓인다는 문제도 생긴다. 보통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크다).

또한 제한적인 공간에 의해 세포의 양 자체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세포의 배양 속도는 어느 순간 점차 감소하고 0으로 수렴하며, 노폐물 등에 의해 기껏 키웠던 세포들이 죽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포를 배양할 때는 주로 계대배양(subculture)이라는 반복적인 작업을 취한다. 쉽게 말하자면 세포의 밀도를 낮추고(즉, 더 넓은 공간을 주고), 신선한 배양액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포 배양 조건 5. 오염(Contamination)

네 번째 조건인 영양분 제공 때문에 생기는 다섯 번째 조건으로, 다른 종의 오염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동물세포나 진균을 위해 기껏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제공했는데, 정작 원하는 세포는 자라지 않고 박테리아만 잔뜩 자라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이런 오염을 잘 일으키는 종인 박테리아를 위해 페니실린&스트렙토마이신 등의 항생제 조합을 배양액에 같이 넣어준다. 그리고 진균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마찬가지로 암포테리신 B 같은 항진균제를 같이 넣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작업은 클린 벤치 등의 무균 환경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렇게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물질은, 모두 세포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물질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정말 많이 이뤄져왔고, 대부분은 충분히 괜찮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말 많은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다만 일부 경우는 세포 배양 자체에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새로운 세포나 물질 조합이라면 직접 실험을 해보거나, 사전 연구를 잘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론과 한계

이런 다섯 가지 조건을 만족한다면 세포의 배양이 가능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더욱 편리해진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세포에 대한 배양과 연구를 위해, 정말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세포 배양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제 인류는 대부분의 박테리아, 진균, 일부 고세균, 그리고 웬만한 식물과 동물세포 모두 배양할 수 있고, 연구에 응용하고 있다.

물론 세포 배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우리의 근육을 생각해도, 골격근은 실제로 단 하나의 세포로만 이루어진 조직이 아니며(비교적 하나의 세포에 가깝지만), 서로 굉장히 밀착되어있으면서 한 쪽 방향으로 물리적 힘을 자주 받는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분명 이런 구조에 있는 세포는 단순히 홀로 배양된 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지만, 이런 조직의 구조는 단순한 세포 배양으로는 만들 수 없다. 실제 생체 내의 환경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하므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아직 인류의 기술로는 기관이나 개체 자체를 배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양한 세포를 함께 배양하거나 다양하게 분화시켜, 조직과 유사한 구조, 더 나아가서는 작은 기관(organoid; 오가노이드)을 형성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있다. 그리고 인류의 기술은 앞으로도 점차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직과 기관을 가상으로 형성할 수 있다면 실제 조직/기관에서의 실험 결과를 동물이나 인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정확하게 얻을 수 있고, 이는 질병 치료나 수명 연장, 생태계 복구 및 유지와 친환경 자원의 생산성 증가 등 여러 인류 복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재미를 위해 이야기하자면, '계' 별로 세포 배양의 간략한 난이도는 다음과 같다. 박테리아 < 진균류, 유명 원생생물 <= 식물 <<< 동물 <<< 바이러스 < 고세균, 그 외 안 알려진 원생생물 등. 물론 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이렇게 이번 글에서는 세포 배양의 의의와 필요조건, 그리고 한계점을 알아보았다. 이 글은 앞으로 다룰 모든 '세포 배양'을 주제로 하는 글에 대한 일종의 개론으로, 간단히 세포 배양의 중요성과 의의, 기본적으로 방법론을 알아볼 때 주시해야 할 부분들을 논의해보았다. 정말 개론인 만큼 깊은 정보가 없어, 따로 자세한 참고문헌은 적지 않았다. 추가로 알아보고자 한다면, 생명과학 전공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는 여러 세포 및 조직의 배양 방법을 천천히 다뤄보겠다.

참고문헌
[1] Campbell, N. A., & Reece, J. B. (2005). Biology. Pearson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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