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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Vertical Farming

씨앗의 춘화처리, Stratification과 Scarification

여러 종류의 씨앗

씨앗은 그냥 물에 닿거나 흙에 묻힌다고 자라지 않는다. 씨앗, 종자가 발아하는 조건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씨앗은 발아가 가능한 환경을 감지했을 때, 때로 지금이 '봄'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사계절이 있는 기후의 식물들이 그렇다. 이 경우 단순히 열매가 떨어져서 흙에 닿았거나, 동물이 먹고 뱉거나 소화시켜 배출한 뒤에, 겨울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자가 바로 발아해버리는 것은 그 종자 입장에서 절대 좋지 않다.

또한 씨앗은 때로 자신이 '멀리 산포되는 것에 성공'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일단 단순히 열매가 썩어서 떨어지는 경우, 종자가 발아한다면 자신의 부모 혹은 형제 개체와 양분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절대 좋지 않다. 따라서  '동물 등에 의해' 멀리 보내진 상황을 감지하고, 이 경우에만 주로 발아하는 것이 좋다.

일부 씨앗은 자신이 깊은 곳이 아닌 적절한 깊이의 토양에 있음을 알고자 한다. 이에 놀랍게도 이런 씨앗들은 발아를 위해 '햇빛에 노출되는' 자극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론 이들은 그 과정에서 광합성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애기장대 등의 많은 식물들은 발아를 유도할 때 빛에 노출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이다[7].

이처럼 종자는 자신이 감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통해, 자신이 지금 발아해도 좋은가 아닌가를 판단한다. 먼저 사계절이 있는 기후의 종자는 지금이 '겨울이 지난 봄'인지를 감지해야 하고, 동물 등에 의해 산포되는 종자는 '산포가 완료된 후'인지를 감지해야 한다.

Stratification, Scarification, Vernalization

이처럼 종자가 발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발아해도 좋다' 라고 판단하는 기준 두 가지는, 우리가 직접 인공적인 처리를 통해 만족시켜줄 수 있다. 이 처리가 바로 Stratification과 Scarification이다. 적절한 번역 언어가 없으니 이 단어를 그대로 쓰겠지만, 직역을 옮기자면 Stratification은 저온 처리, Scarification은 상처 처리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 둘을 딱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춘화처리'로 명명한다. 하지만 춘화처리의 원래 단어인 Vernalization은 종자보다는 풀이나 나무에 대해 차가운 환경을 처리하여, 꽃이나 열매를 맺도록 하는 방법을 주로 의미한다. 따라서 적절한 번역이 되지는 않지만, 이미 많이 이용되는 단어로 보인다[1, 2]. 

Stratification의 예시

먼저, Stratification은 저온 처리, 즉 씨앗에게 '추운 겨울'을 잠시동안 경험시킴으로써, 지금이 '봄'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처리를 의미한다. 그 방식은 단순하다. 온도를 약 1~3℃로 낮추고, 습한 환경에 씨앗을 저장하는 것이다(얼리지 않는다). 건조해도 되지만 습한 환경을 유지할 경우 필요한 기간이 줄어들며, 종자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그 기간은 약 1~3개월이다[1].

필자가 알아보는 종자인 '까마중'의 종자는 약 6주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전 연구들에 따르면, 씨앗의 저장은 5℃ 전후, 건조한 환경에서 1년 이상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종자의 발아는 25℃ 정도의 빛이 들어오는 낮, 15℃ 정도의 밤이 있는 환경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한다[5].

그 원리는 종자의 동면을 일으키는 물질인 Abscisic acid(앱시스산, ABA)에 있다. 겨울을 나는 종자의 경우는 초기에 발아가 저해될 정도의 ABA를 가지고 있다가, 저온의 환경에 놓여지면 그 안에서 ABA 분해 경로가 작동하여 종자를 동면에서 벗어나게 한다[3].

그 외에도 고온 환경에 잠시 노출시킨 뒤 저온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새로이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특히 그 온도에 관해서는 저온 처리 자체보다는 종자를 발아시킬 때의 환경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은데, 이는 기후 변화에 따라 농업 환경의 변화 등을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1, 5].

산을 이용한 화학적 Scarification

다음으로 Scarification은 상처 처리, 즉 씨앗에게 '산포가 완료된'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다. 목적은 단순히, 씨앗의 겉껍질(종피)에 물이 들어가고 뿌리가 나올 정도의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히 크기가 크고 종피가 두꺼운 종자에 필요한 작업이다. 이 경우는 방법이 다양한데, 식물마다 '산포가 완료된'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동물에게 열매를 먹힌 뒤 종자가 변으로 배출되는 형태를 가진다(특히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식물들이 더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식물은 '열매는 맛있지만, 종자는 맛없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이 경우 종자는 '동물의 소화관을 통과했다'라는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위산을 이용한다.

이 경우, 종자의 겉껍질(종피)은 강한 위산 환경에 닿으면 더 약해지고 잘 벌어지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직접 강산 환경에 잠시 노출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 정도는 종자의 종류마다 크게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로 25~75% 인산이나 15% 황산과 같은 무기산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실제 위산의 성분은 염산이다)[2].

구체적인 방법을 보면, 실험에서는 주로 95% 전후의 황산과 같은 공업용 고농축 산 용액에 종자를 0.5~4시간 정도 담가놓은 뒤 씻어낸다(기업의 입장에서는 쉬운 방법일 것이다)[4]. 하지만 가정에서는 이런 고농축 산을 구하기 힘든 만큼 실제 연구를 참조하는 것이 어렵다.

식초나 구연산과 같이 산성 환경을 비슷하게 형성하는 방법 역시 효과는 덜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도 알려져 있다. 물론 모두 가능한 한 산성을 강하게 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고, 실제로 종자에 따라 연구해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95% 황산의 pH가 약 0.3이고, 1M(약 200g/L) 구연산의 pH가 약 1.5이므로, 이를 이용해보고자 한다.

그 외의 식물은 바람에 날리거나 꼬투리를 터트리거나 동물의 털에 붙어가는 등 다양한 전략을 가지지만, 이 경우는 주로 종자의 겉껍질(종피)의 두께가 얇아, '산포가 완료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물에 떠서 이동하는 전략을 가진 종자의 경우, 산포가 완료된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위와 비슷한 기작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바다를 떠다니며 산포하는 코코넛 등은 열매가 '지상'에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데, 이는 종피 혹은 열매가 '건조'했다는 점을 인식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연구 필요].

사포를 이용한 물리적 Scarification

그 외에도 화학적인 Scarification 방법으로는 염기성 환경이나 산화성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있다. 염기성 환경으로는 주로 수산화나트륨이 이용되고, 구체적인 방법은 마찬가지로 종자마다 다르다(실제로 일부 '산불'을 감지하여 발아하는 종자는 산불 후의 염기성 환경에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산화성 환경으로는 주로 과산화수소가 이용되고, 의료용 3% 과산화수소 혹은 35% 과산화수소 모두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3% 과산화수소에 4시간 노출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던 경우가 있다[6].

또는 직접 물리적인 변화를 주는 방법이 있다. 뜨겁거나 끓는 물에 잠깐 담그거나, 열을 가하거나, 사포질을 하거나, 씨앗의 배(배아) 근처에 칼집을 직접 내주는 등의 방법이며, 이는 역시 실제 종자의 구조와 껍질(종피)의 두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화학적 방법과는 달리 정확히 구조화된 방법이 아니므로... 여기서는 특정 예시를 들기 어렵다.

이 방법들은 위의 산성처럼 어떤 생태적인 반응을 따라하기보다는, 단순히 종피를 조금 더 투과성 있게 만드는 것에 중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이런 처리 후에 종피의 구조에 구멍 등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연구 역시 여럿 있다[4].

Stratification과 Scarification의 조합에 따른 씨앗의 발아율 연구의 예시[6].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연구는, 각 식물종의 종자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Stratification과 Scarification 방법의 조합을 찾는 형태가 많다.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종이나 크기, 주피 두께를 가지는 종자들에 대해 이용된 방법을 확인하고, 이를 직접 적용해보고,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발아하는 비율을 확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5, 6].

발아하는 비율과 함께, 더 많은 데이터를 얻고 싶다면 종자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대표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바로 TTC test로, 산화 환원에 민감한 색소인 Tetrazolium을 이용하는 것이다. Tetrazolium은 환원된 전자전달체인 NADH 등이 존재하면 무색에서 붉은-분홍색으로 변하고, 이를 통해 '세포호흡'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자가 살아있는지의 여부는 종자에 직접 약 3시간 정도 Tetrazolium 용액을 처리한 뒤, 종자 안쪽 배(배아, embryo)의 색상의 변화를 통해 확인한다(종자의 생존 여부는 통계적 유의성 파악이나 의미 분석에는 도움이 되지만, 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인지, 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연구 역시 많다)[8].

다른 글에서는 필자가 직접 진행한, 까마중 종자의 적정 춘화처리, Stratification과 Scarification 방법을 알아보는 연구를 소개하겠다.

참고문헌
[1] https://en.wikipedia.org/wiki/Stratification_(seeds)
[2] https://en.wikipedia.org/wiki/Scarification_(botany)
[3] Kermode, A. R. (2005). Role of abscisic acid in seed dormancy. Journal of Plant Growth Regulation, 24, 319-344.
[4] Kelly, K. M., & Van Staden, J. (1985). Effect of acid scarification on seed coat structure, germination and seedling vigour of Aspalathus linearis. Journal of Plant Physiology, 121(1), 37-45.
[5] Kamgari, N. (2009). Temperature requirement for germination of Solanum nigrum seeds.
[6] Rosner, L. S., Harrington, J. T., Dreesen, D. R., & Murray, L. (2003). Hydrogen peroxide seed scarification of New Mexico collections of Ribes cereum. Seed science and technology, 31(1), 71-81
[7] Taab, A., & Andersson, L. (2009). Seed dormancy dynamics and germination characteristics of Solanum nigrum. Weed Research, 49(5), 490-498.
[8] https://en.wikipedia.org/wiki/Tetrazolium_chlo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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