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2 자율탐구 보고서]
2022.10.03
이 글은 필자가 2022년, 대학교 1학년 때 작성한 글입니다. 내용은 실제 경험과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도입
이번 생물학 2 모듈 1 식물 주제 수업을 보면, 식물과 균류 간 공생의 예시로서 균근이라는 공생의 형태를 배웠다. 균근에서 균은 균사에 의한 높은 물 및 무기 염류 흡수 효율을 식물에게 제공하는 반면, 식물은 균에게 탄수화물 등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수업에서는 수지상균근의 세포 내로 뻗은 균사의 수지상 형태가 식물로부터 양분을 착취하는 기생 균류가 가지는 수지상 구조(haustoria)와 형태가 비슷하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대목을 들었을 때, 아마도 기생성 균과 수지상균근균의 수지상 구조가 같은 구조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였다. 이유는 그 표면적인 형태와 식물로부터 양분을 가져가기 위한 기능이 비슷하므로, 이러한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번이나 독자적인 진화를 통해 드러날 확률은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기생성 균과 균근균을 어떻게 구분할까? 식물이 균근균을 부르기 위해 이용하는 물질로 알려진 strigolactone은 기생성 균이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쩌면 일부 기생성 균은 공생성 균근균의 공통 조상에서 기생성으로 진화한 근연종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식물은 이렇게 비슷한 근연종 사이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식물은 공생성 균근균과 기생성 균근균을 구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구별하는 걸까?
나의 가설
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식물은 지속적으로 수지상균근균이 주는 수분이나 무기 염류 등의 양을 확인하여, 균류가 주는 양이 많으면 더 많은 에너지원 및 공간을 제공하지만, 받는 양이 작으면 제공하는 에너지원과 공간을 줄일 것이다. 또한 그 정도는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식물이 균류를 구분하기 위한, 공생성 균근균에 특이적인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하여(strigolactone에 대한 끌림이나 그 외의 물질 분비 등) 이에 대한 물질 분비나 수용체를 발현하더라도, 기생성 균근균이 공생성 균근균 계통에서 새로 나타나거나 같은 방법의 유전자를 얻게 되면 효과가 없어진다. 효과가 없어진 경로를 위해 수용체나 효소 등을 형성하는 것은 균근균과 식물 모두에게 에너지 낭비와도 같으므로, 이러한 방법은 상대적 적응도를 낮추는 결과를 불러왔을 것이다.
특히 균류가 초반에는 양분을 많이 주지만, 이후 주는 양분의 양을 줄여가며 기생성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는 식물이 각각의 시간대에 양분을 얼마나 주는지를 확인해주는 것이 더욱 높은 적응도를 가진다.
이 가설에 대한 뒷받침으로, 둘의 공진화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위처럼 식물이 균류로부터 받는 양분의 양에 따라 교환하는 양분의 양을 조절하는 경로를 가지고 있어야만, 균류와의 공진화에 있어서 더 양분을 많이 주고 식물에 우호적인 균근균의 상대적 적응도가 그렇지 않은 균근균의 적응도보다 높았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로를 통해 우호적인 균근균을 구별할 수 있는 식물의 상대적 적응도가 그렇지 않은 식물의 적응도보다 높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식물은 균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환경에 존재하는 양분 자체가 감소하여 균근균이 주는 양분이 감소하게 된다면, 식물은 가능한 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균근균의 공급 감소 원인을 환경에서 찾았다면 이후 환경이 좋아지는 상황을 가정하거나 균근균의 성장으로 더 흡수율이 높아지는 상황을 예측하고, 더 적은 양의 양분을 받아도 많은 양의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 높은 적응도를 가져올 것이다.
추가로, 균근균 역시 식물에 대해 완전히 종속적인 형태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식물이 균근균에게 상당한 양의 물과 무기 염류를 의존하는 만큼, 식물과의 양분 거래 비율이 너무 낮거나 하는 등의 경우, 균근균은 에너지원을 공급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무기 염류 등의 양분을 투자해서 포자를 만드는 등 그곳에서 떠나는 비용을 고려하여 행동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양의 무기 염류를 가졌을 때, 지금의 교환 비율과 이후 환경 변화로 변화될 교환 비율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무기 염류를 에너지원과 교환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이 더욱 적응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보면 식물은 균류와 단순한 공생 관계가 아닌, 매 순간 일종의 양보 없는 거래를 하는 경제적 주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서로 간의 거래 비율을 결정하는 형태는 무역에서 상호 간의 특정 무역품의 생산 비용에 대한 비교우위에 따라 결정되는 특화, 그리고 그 비용 비율 사이에서 결정되는 거래 가격 비율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식물과 균류 모두, 신호전달과 유전자 발현 조절 등의 경로가 위의 경제적 최대 이익 조건을 위해 형성되어있을 것이다. 식물과 균류 모두 서로 주고받는 양분의 양을 확인하는 수용체, 환경의 수분 및 무기 염류 등의 양을 확인하는 수용체, 그리고 그 수용체에서 오는 신호를 종합하는 몇 단계의 신호전달 경로가 있을 것이고, 그 경로의 끝에서는 양분 운반 막단백질의 활성화 정도 및 발현 정도를 조절하여 양분의 전달 속도를 조절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구의 진행 방식
이와 같은 공생 관계의 연구는 균근 외에도 뿌리혹박테리아에 대해서도 진행된 바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단순히 뿌리혹의 크기(식물이 박테리아에게 투자한 양분의 양과 정비례), 그리고 식물의 크기(박테리아가 고정한 질소의 양과 정비례)를 비교함으로서 그 연관 관계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Kiers & Denison 2008)
하지만, 균근균은 숙주 식물에 제공하는 물질이 상당히 다양하고, 심지어 식물의 환경에 따라서 그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 자체가 기생인지 공생인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두 개체가 주고받은 탄소, 지방, 인산의 양, 혹은 균근균의 균사 길이 등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다고 한다. (Kiers & Denison 2008)
위에서 논의한 내용 외에도, 균근균과 식물은 1대 1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이 한 균근과의 관계를 없애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특히 그 균근균은 다른 식물 개체의 뿌리와도 연결되어 있을 수 있어, 양분을 적게 주는 균근균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인 피해, 즉 선택압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제기되었다(Kiers & Denison 2008).
물론 그러한 개체에 대한 제재가 없으면 선택압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균근에 대한 제재는 존재해야 한다, 라는 것이 논문에서 보인 짧은 결론이었다(Kiers & Denison 2008). 또한 균근균 역시 새로운 균근, 탄수화물원을 형성하기 위해 ‘긴 균사로 탐험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Hart & Reader 2005) 따라서 필자는 균근균이 보통 기존에 가지고 있는 균근에 상당히 의존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양분이 적은 균근균에 대한 제재는 실질적 선택압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식물과 균근균의 상호 거래
나의 가설대로, 식물과 균근균은 실제로 서로 상대가 양분을 잘 주지 않으면 자신이 양분을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식물이 공급하는 탄수화물과 균근균이 공급하는 인산염이 주요 영향을 가진다고 한다. (Javot et al. 2007)
균근균에 있는, 수지상 구조에서 막 바깥으로 인산을 운반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없애자, 해당 균근균의 수지상 구조는 완성되기 전 죽었고, 근외 균사의 양도 6배 줄어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균근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식물은 균근균이 자신에게 충분한 양의 인산을 주지 않으면 기생으로 판단하고, 이를 저해하여 죽게 만드는 기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Javot et al. 2007)
반대로, 뿌리에서 탄수화물을 적게 방출하도록 하자, 균근균 내부와 균근 수지상 구조에서의 인산 이온의 농도가 감소하였고, 반대로 균사 내에 저장되는 형태의 폴리인산의 농도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균근균 역시 식물이 자신에게 충분한 양의 탄수화물(에너지원)을 주지 않으면 거래하는 인산의 양을 줄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B¨ucking & Shachar-Hill 2005). 이는 둘 사이의 공생 관계를 식물의 뿌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선과는 크게 다르다.
추가로 균근균이 충분한 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 식물은 균근균에게 양분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닌, 그 균을 저해하거나 죽이는 물질을 분비한다. 특히 일부 식물이 플라보노이드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독성 물질을 분비하거나 축적하는 등의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Kiers & Denison 2008)
실제 세포 내 조절 방식에 관한 연구
그렇다면 실제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는 어디까지 알려졌을까? 이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많은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체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고 한다.
먼저 균근균이 식물에게 제공하는 인산의 경우, 수지상 구조에서 균근균이 가지는 다양한 종류의 인산염 수송체 단백질이 발견된 바 있다. 또한 균근 내에서 폴리인산을 형성하는 액포 내 효소인 polyphosphatase가 발견되었고, 이 두 단백질의 조절을 통해 진균은 내부 인산 이온 농도의 항상성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Salvioli & Novero, 2019). 최근에는 이들의 조절과 연관된 SPX domain을 가지는 단백질이 발견되었고, 이 domain에는 이노시톨-폴리인산이 결합할 수 있어, 세포질 내 인산의 농도가 높으면 활성화될 수 있는 형태를 보였다고 한다. (Salvioli & Novero, 2019).
반대로 식물이 균근균에게 제공하는 당의 경우에는 설탕 또는 설탕이 분해된 단당류가 제공되는 형태이고, 이렇게 밝혀진 단당류 수송체 및 단당류-설탕 수송체는 정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밀하게 조절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Salvioli & Novero, 2019).
결론
우선, 공생은 이타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공생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생이라는 결과를 견제하기 위해 공생을 보이는 두 개체 모두 서로를 견제하고 있음을 수지상균근균과 식물 뿌리 사이의 관계를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다른 많은 공생 관계 역시 이와 같이 서로 간의 견제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특히 이것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상한 가설대로 식물과 균근균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경우에만 양분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선택압이 존재했으며 효과적인 공진화가 가능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는 일종의 경제 주체와도 같았다. 특히 그 주요 거래 물질이 식물의 경우 단당류였고, 균근균의 경우는 인산 이온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식물과 균근균 서로 간의 견제를 위한, 상대방의 양분 제공량과 내가 가진 양분의 양, 그리고 환경에 대한 신호 수용 및 전달 경로는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연구의 동향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분명 두 개체는 자신의 잉여 자원과 상대방의 제공 양분의 양, 그리고 환경의 상태에 따른 거래량 값을, 신호전달 및 유전자 발현 경로를 이용하여 결정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물론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찾는 경로는 복잡하지만, 그 경로를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이를 응용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Bücking, H., & Shachar‐Hill, Y. (2005). Phosphate uptake, transport and transfer by the arbuscular mycorrhizal fungus Glomus intraradices is stimulated by increased carbohydrate availability. New phytologist, 165(3), 899-912. [2] Hart, M. M., & Reader, R. J. (2005). The role of the external mycelium in early colonization for three arbuscular mycorrhizal fungal species with different colonization strategies. Pedobiologia, 49(3), 269-279. [3] Javot, H., Pumplin, N., & Harrison, M. J. (2007). Phosphate in the arbuscular mycorrhizal symbiosis: transport properties and regulatory roles. Plant, Cell & Environment, 30(3), 310-322. [4] Johnson, N. C., Graham, J. H., & Smith, F. A. (1997). Functioning of mycorrhizal associations along the mutualism–parasitism continuum. The New Phytologist, 135(4), 575-585. [5] Kiers, E. T., & Denison, R. F. (2008). Sanctions, cooperation, and the stability of plant-rhizosphere mutualisms. Annual review of ecology, evolution, and systematics, 39, 224-226. [6] Salvioli di Fossalunga, A., & Novero, M. (2019). To trade in the field: the molecular determinants of arbuscular mycorrhiza nutrient exchange. Chemical and Biological technologies in Agriculture, 6(1),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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